소설 57

책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 피터 스완슨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너무 재미있게 본 탓일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주저 없이 읽어 치웠다. 최근 들어 책을 고르기 까다로워진다. 조금만 들춰보고 독서를 포기하는 책이 늘어간다. 비록 제목이 마음에 안 들지만, 피터 스완슨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의 타당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역시나 알고 보니 원제는 따로 있었다(그녀의 모든 두려움Her Every Fear - 이게 더 타당한 것 같다). '몇 호가 어쩌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목으로 정할 만큼 중요한 설정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짜증스러운 점은 제목을 외우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 있다. 당시 백종원은 주인장도..

소설 2023.01.02

책 『사라진 여자들』 - 메리 쿠비카

메리 쿠비카.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쓰는 작가다. 「디 아더스 미세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집어 들었다. 일단 이 책은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뻔한 법의학적인 사실을 늘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반대였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어 간다. 주로 없어진 여자들을 찾는 주변인들이다. 형사나 경찰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비중이 없다. 이 책은 정말 치밀하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읽으면서 비로소 실마리가 풀렸다. 어떤 책은 초반이나 중간 정도 읽었을 때, 반전 코드가 대략적으로 짐작 가능하다. 다만, 책을 읽는 목적이 반전을 찾는 게 전부는 아니기에 어쨌든 완독을 하기도 한다. 결말이 훤하게 보여도 이야기 플롯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가 있고 반전이 약하다고 해서..

소설 2022.12.21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19일 | 원서 : ナミヤ雜貨店の奇蹟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무슨무슨 상점, 백화점, 구판장…" 최근 서점을 둘러보면 작은 가게 그림이 있는 표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이 그 시초 격이다. 무슨 상점 시리즈가 그리도 많은지. 서점을 기웃거리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속는 셈 치고 진득하게 읽어봐도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덮게 된다. 고심해서 쓴 저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책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꽤 장기 집권한 책이다. 정확히는 8년이다. 주변인들이 재미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유행을 타는 책은 보기 싫..

소설 2022.12.06

책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파울로 코엘료 저/최정수 역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01일 | 원제 : The Alchemist 직장 생활에 회의가 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이었다. 그 시기에 만사 제쳐두고 업무에만 몰두했었다. 그럼에도 마음처럼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팀원들 중에 꼭 한 두 명씩 발목을 잡는 불청객이 있었다. 노골적으로 업무 기피하는 자들이었다. 그들 몫도 고스란히 내가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고 나는 마음에 병이 왔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시절 자리에 놔두고 머리를 식힐 때 읽던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파울로 코엘료의 다. 이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공부는 관심사가 아..

소설 2022.12.05

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 푸른숲 | 2016년 07월 18일 | 원서 : The Kind Worth Killing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은 이다. 그 영화의 묘미는 배우들이 나누는 수다에 있다. 장면 묘사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종전에 범죄 영화들과는 차이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현란한 액션씬이 빠지고 지나치게 수다스럽다는 게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 피비린내 나는 범죄임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대사도 정말 재미있다. 배우들의 아주 내밀한 심리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국내 드라마처럼 대사가 연극적이지도 않다. 마일드한 대사. 그러나 아주 내밀하다. 쿠엔..

소설 2022.12.02

책 『저주토끼』 - 정보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정보라 저 | 아작 | 2022년 04월 01일 | 원서 : Cursed Bunny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한강의 소설 로 인도했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식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상은 뭘까 싶었지만 현장 분위기로 봐서 아주 권위 있는 문학상 틀림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어쨌든 그 상에 2022년에도 한국인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 그것도 두 명이었다. 박상영, 정보라 작가다. 정보라 작가는 라는 책으로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다. 저주토끼는 제목이 주는 신비감 때문에 얼른 책을 구해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느껴졌다. 무서워서 그랬던 게 아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되려 유머 코드가 많아서 우스웠다...

소설 2022.11.30

책 『잠』 - 무라카미 하루키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문학사상 | 2012년 10월 17일 | 원제 : ねむり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에 매료되었었다. 친구 집에서 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였다. 이후 그 소설가에 관련된 글은 구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읽었다. 그가 평생 적어온 글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았다.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였지만, 더는 읽을 게 없었다. 하루키의 이름을 걸고 그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책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창작은 힘든 일이다. 나는 창작의 고뇌를 알 길이 없었다. 그의 글이 너무 좋았다. 탕진하듯이 그의 글을 소비해 나갔다. 잠이라는 신작이 발표되자마자 따져볼 것도 없이 얼른 주문을 했다. 일분 일 초라도 빨리 읽고 싶었다. 박완서 작가는 여행을..

소설 2022.11.23

책 『우주 전쟁』 - H. G. 웰스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허버트 조지 웰스 저 이영욱 역 | 황금가지 | 2005년 06월 10일 | 원제 : The War of the Worlds (2003) 이 책은 2005년 개봉한 영화 『우주 전쟁』의 원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었다. 영화는 흥행에 대성공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었다. 최근의 극장 매출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OTT), 동영상 공유 플랫폼(유튜브) 등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발전과 팬데믹의 여파로 꾸준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2005년 당시에는 이와 같은 장애물이 없던 시기였다. 따라서 파급력은 엄청났다. 당시 외계인 침공을 주제로 한 영화는 주인공이 과학자이거나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였다. ..

소설 2022.11.16

책 『채식주의자』 - 한강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한강 저 | 창비 | 2007년 10월 30일 | 번역서 : Vegetaria 유튜브 알고리즘에 추천 영상으로 2016년 맨부커 시상식이 올라왔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 영상이 나에게 제안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호기심이 일어 클릭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조용히 읖조렸다. "베지-테리언." 과천의 경마장에서나 경험할 법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아담한 여인이 걸어 나와 개미 같은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얘기했다. 그것도 영어로. 뭔가 울컥하며 엄청난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심각한 국뽕 알러지가 있다. 그래서 그날 느낀 감정은 단순히 애국심이 주는 감동은 아니었다. 얼마 후 가로수길에 중고 서점을 들렀다. 딱히 살 게 있었던 건..

소설 2022.11.14

책 『웃음 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이세욱 역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23일 | 원제 : Le rire du Cyclope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주로 과학적 소재를 다른 소설을 쓴다. 이 책은 웃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단순히 웃음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리포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면 저자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야기의 결은 크게 세 가지로 흘러간다. 주인공들의 추리 과정과 고군분투를 그린 스토리 라인과 웃음의 기원을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진짜 유머 수록이다.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인기 코메디언이 의문의 사망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웃다가 사망에 이른 타살 같은 자연사. 완벽한 알리바이. 그러나 그 죽음 뒷면에 ..

소설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