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2. 5. 00:02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파울로 코엘료 저/최정수 역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01일 | 원제 : The Alchemist

이미지 출처 - 내 폰


직장 생활에 회의가 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이었다. 그 시기에 만사 제쳐두고 업무에만 몰두했었다. 그럼에도 마음처럼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팀원들 중에 꼭 한 두 명씩 발목을 잡는 불청객이 있었다. 노골적으로 업무 기피하는 자들이었다. 그들 몫도 고스란히 내가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고 나는 마음에 병이 왔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 시절 자리에 놔두고 머리를 식힐 때 읽던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다.
이 책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공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래도 독서는 즐기는 편이었다. 그리고 나는 약간의 기벽이 있었다. 베스트셀러는 피하는 경향이었다. 괜한 반항심과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어린 생각이 합쳐진 행동이었다.

당시 이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렸다. 책은 주로 사서 읽었다. 주머니 사정이 쪼들릴 때에는 도서관을 이용했다. 그 외 다른 경로로 책을 빌려 보는 경우는 잘 없었다. 뭔가를 빌리면 좀처럼 심리적으로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증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렸다. 친구 집에서 이 유명한 책을 발견하고 문득 내용이 궁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책은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한 분량이다. 어쨌든 장편소설의 옷을 입고 있다. 책은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줄거리도 가볍다. 원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꽤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저자는 복잡하게 쓰지 않아도 충분히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이 탐났고, 친구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친구도 딱히 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마 평소 생활에 대한 선입견으로는 봤을 때, 그냥 단순히 까먹은 것 같았다.
당시는 피처폰이었던 시절이었다. 핸드폰 배경화면에 책을 글귀를 적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좀 창피한 기억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그게 미덕이었다. 허세의 가치에 꽤 크게 값을 매겨주었다. 누구나 자신이 얼마나 감성적인가를 강조하던 때다. 나는 그렇게 친구의 책을 떼먹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세월이 흘러갔다. 언젠가 같은 책을 선물로 받았다. 그것도 2권이나 받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직장에서 생일 선물로 한 차례, 새로 부인한 임원에게 한 차례 받았던 것 같다. 나의 책장 공간은 무한정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책이 세 권이나 꽂혀 있는 게 자꾸만 거슬렸다. 중고서점에 큰마음 먹고 읽지 않는 책을 대거 처분했다. <연금술사> 세 권은 정리 대상 1순위였다.

어느 날 사무치게 그 책이 읽고 싶었다. 내가 번 아웃에 빠진 그 시기다. 꿈과 현실에 대한 괴리를 깨트리기 위함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중고 서점에 들러 아주 싼값에 그 책을 다시 구입했다. 그리고 수없이 반복해 읽었다. 즐거웠다. 왕임에도 포도주를 구걸하는 수작을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산타아고가 크리스탈 가게에서 안주하는 모습을 보며 그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걸 느끼며 안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그때 이 책을 빌려준 친구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