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문학사상 | 2012년 10월 17일 | 원제 : ねむり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에 매료되었었다.
친구 집에서 <해변의 카프카>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였다. 이후 그 소설가에 관련된 글은 구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읽었다.
그가 평생 적어온 글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았다.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였지만, 더는 읽을 게 없었다. 하루키의 이름을 걸고 그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책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창작은 힘든 일이다. 나는 창작의 고뇌를 알 길이 없었다. 그의 글이 너무 좋았다. 탕진하듯이 그의 글을 소비해 나갔다. 잠이라는 신작이 발표되자마자 따져볼 것도 없이 얼른 주문을 했다. 일분 일 초라도 빨리 읽고 싶었다.
박완서 작가는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선행 학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정서와 상반되는 일이다. 여행지를 공부해서 일정을 짠다. 분 단위로 쪼개는 일정표 양식이 돌아다닐 정도다. 그야말로 깃발 꽂기 식 여행이다. 대중들이 들렀다는 명소에 '나도 가보긴 했다' 정도로 만족한다면 그 또한 훌륭한 선택지다.
나는 하루키도 좋아하지만, 박완서도 좋아한다. 좋아하면 따라 하기 마련이다. 나도 영화나 소설을 접하기 앞서 대략적인 내용 파악을 하지 않는다.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을 텐데.' 라며 실패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얻는 게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이 대표적으로 실패한 경우다. 책의 내용이 재미가 없다거나, 이야기 서사가 허술한게 아니므로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이 책은 '아트북'이라고 해서 절반이 그림이다. 독일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활자는 단편 소설 한 편이 전부다. 보편적으로 단편 소설 한 편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20분 내외다. 보통 단편 소설집은 단편 소설 10편을 싣는다. 요즘은 페이지당 줄 간격이 넓어졌다. 기존 26줄이 국룰이었다면, 최근에는 24줄도 과하다고 치는 추세다.
서점 어디에도 깨알 같은 서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의 최근 작품은 페이지당 19~20줄로 편찬되어있다. 그의 책은 내용은 접어두고 술술 잘 읽히는 이유가 있었다. 가독성을 최적화했다. 스티브 잡스도 서체의 중요성을 일찍이 강조했다.
어쨌든 트렌드를 반영한다면 10편을 실었을 때, 책은 비약적으로 두꺼워진다. 책의 외형도 판매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두께가 얇아야 유통에도 유리하고 독자들도 부담 없다. 따라서 요즘은 7~8편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추세다. 심지어 4편으로 묶은 책도 있다. 그럼에도 1편은 좀 당황스럽다.
그림 값이야 워낙 비싼 걸 알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소설은 나름 괜찮다. 저자의 변함없는 단순한 문체와 과거에도 자주 다루었던 세계관이 잘 어우러진다. 뭔가 전에 읽은 것 같은 신작이다..
사 보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애정이 깊은 작가의 책을 소장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0) | 2022.12.02 |
---|---|
책 『저주토끼』 - 정보라 (12) | 2022.11.30 |
책 『우주 전쟁』 - H. G. 웰스 (6) | 2022.11.16 |
책 『채식주의자』 - 한강 (8) | 2022.11.14 |
책 『웃음 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5) | 2022.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