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1

복거일의 자유롭게 한 걸음 -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인식과 독보적인 시각

저자 복거일은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이다.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전개된다. 편집부에서 추려낸 사회적 이슈인 불평등, 인권, 성차별, 교육, 노동, 정치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문답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그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견해이다. 그의 주장 뒷면에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제시하여 타당성을 입증한다. 그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비판적인 시각을 대중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그의 발언은 시대를 감안한다면 '발칙'하게 들렸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은 항상 '감히 니가 뭔데?'라는 식으로 배척받고 묵살된다. 도처에 영어 유치원이 생기는 것을 본다면 쓴웃음이 지어진다. 훗날 경고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

에세이 2023.05.29

'다이언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 -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을 탐구하는 아름다운 여정

다이언 애커먼(Diane Ackerman)의 저서 '감각의 박물학'은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문학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흔히 오감이라고 일컫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과 다양한 감각 체계가 상호 작용하여 하나의 통합된 감각을 형성하는 '공감각'까지 총 여섯 가지의 감각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감각에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저자는 목차를 건너뛰고(종이책은 목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자책은 없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본론으로 들어간다. 책에 다루는 여섯 가지 감각인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을 미학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저자는 과학적인 사실, 역사적인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책 내용에 적절하게 녹여 학술적인 ..

에세이 2023.05.28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 추리소설 작가의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찾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의 스노보드 입문기다. 어린 시절 007의 제임스 본드가 스노보드를 타는 장면을 동경하여 마음에 담에 두고 있다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큰마음먹고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꿈꾸던 로맨스가 있을 것이다. 나는 피아노가 버킷리스트다. 작년 그러니까, 2022년에 피아노를 배워볼까 싶어 교습소를 알아보기 이르렀다. 그러나 여의치 않아 다시 덮어 두고 훗날을 기약했다. 상황이 허락하는 곳은 지향하는 교육방식이 맞지 않았고, 막상 여기다 싶은 곳은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자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스노보드 외..

에세이 2023.01.06

책 『사이언스?』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숱하게 읽었지만, 그의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이다. 애당초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 책에 의하면 5권의 에세이를 집필했다고 말한다. 국내에 번역된 것은 이 책을 포함 총 4권이고 절판 도서를 제외하면 3권이 유통되고 있었다. 이 책은 두 종 잡지에 기고한 글을 갈무리하여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연평균 2권을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쉴 틈도 없이 에세이도 기고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나 또한 책을 집필하는 동시에 매거진에 글을 기고해 본 경험이 있어 그 말할 수 없는 압박감을 잘 알고 있다. 뭐 어떻든 책 제목은 「사이언스?」라고 대놓고 과학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띠지에는 과학책이 아님을 익살스럽게 강조한다. 약간의 과학 냄새를 풍..

에세이 2023.01.04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나는 축구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손흥민 선수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저자는 손흥민의 부친이다. 저자도 프로 축구 선수 출신이다.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스포츠라는 게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 실력과 흥행력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나는 축구에는 문외한이다. 다만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스포츠 분야인 복싱과 격투기를 본다면 탑 선수보다 한참 랭킹이 낮은 하위권 선수가 더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방면의 미스터리를 이해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존재한다. 어쨌든 표지를 본다면 자신은 비록 은퇴한 선주지만 손흥민을 길러냈다는 반전 스토리를 기대할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아들 이야기도 어느 정도 포함하고는 있다. 그러나 저..

에세이 2022.12.19

책 『나도 이제서야 알았다라는 거예요』 - 제갈건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제갈건 저 | BOOKULOVE | 2022년 05월 18일 이 책은 후배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은 아니었고, 유튜브 채널을 추천했다. "형이랑 똑같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후배는 내가 저자를 따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약간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대관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여러 차례 그게 누구냐고 되물어야만 했다. 후배의 말을 종합하자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외모 X 세계관 O) 나는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이해하게 힘든 기벽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별 싱거운 녀석 다 보는군.'하고 넘겼다. 얼마 후 그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나와 흡사하다는 말을 기억하고 뭐 그..

에세이 2022.12.08

책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 시인 나태주가 당신에게 전하는 안부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나태주 저 | 서울문화사 | 2019년 01월 30일 시인 나태주는 이라는 짧은 시로 유명하다. 만약 모르시겠다면 전문을 읽어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라는 시는 하나의 밈처럼 번졌다. 밈은 행동이나 문화가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사회적 현상'이다. 그것을 일종의 사회적 유전자로 간주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현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패러디하거나 여기저기로 퍼지는 현상을 일컬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유행어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유행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행동이나 미디어 등 모든 사회적 현상을 아우른다. 예를들어 로버트 할리의 광고가 흥했..

에세이 2022.12.07

책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유영만 저 | 나무생각 | 2019년 08월 12일 이 책은 띠지에 적힌 문구에 이끌려 구입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나 자신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다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스스로를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을 줬다. 저자는 기피 대상 10가지 유형은 소개한다.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 저런 사람은 나쁜 사람인 이분법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편견이나 선입견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저자의 경험적 추정치 정도로 간주할 수 있겠다. 저자는 지식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그게 무슨 직업인가 아리송하다. 구글은 모든 걸 알려준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다..

에세이 2022.12.04

책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 김진명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김진명 저 | 이타북스 | 2022년 07월 28일 시중에 에세이집이 넘쳐난다. 표지가 예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게 된다. 허황되고 실체 없는 이야기를 남발한다. 작가 자신도 글에 방향을 잃고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주된 키워드는 '힐링, 퇴사, 제주도'로 간추려진다. 샐럽이 책을 내면 서점가를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렇다고 흉이 될 것도 없다. 요즘은 비단 샐럽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독자보다 작가가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책이 넘쳐 나지만, 좋은 책을 고르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내가 서가에서 이 책을 집었을 때 착각을 하고 잘못 본 줄 알았다. 김진명의 에세이가 있..

에세이 2022.12.03

책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박완서 저 | 세계사 | 2021년 01월 22일 박완서는 본업이었던 소설만큼 수필도 재미있게 잘 썼다. 다만, 작가의 인터뷰에 의하면 수필은 쓰기 어렵다고 말한다.(지금은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랬다.) 소설이야 꾸며낸 이야기라는 방어막이 있다. 반면 수필은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샤이한 자신의 성품에는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완서는 660편의 많은 수필을 남겼다. 그중 대표할 수 있는 35개를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박완서의 수필집은 다. 나는 박완서의 웬만한 책은 다 읽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곧바로 집어 들었다. 이 책에는 과거에 봤던 수필도 더러 ..

에세이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