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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저 | 이타북스 | 2022년 07월 28일

시중에 에세이집이 넘쳐난다. 표지가 예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게 된다.
허황되고 실체 없는 이야기를 남발한다. 작가 자신도 글에 방향을 잃고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주된 키워드는 '힐링, 퇴사, 제주도'로 간추려진다. 샐럽이 책을 내면 서점가를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렇다고 흉이 될 것도 없다. 요즘은 비단 샐럽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독자보다 작가가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책이 넘쳐 나지만, 좋은 책을 고르기는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내가 서가에서 이 책을 집었을 때 착각을 하고 잘못 본 줄 알았다. 김진명의 에세이가 있었던가? 얼른 책을 훝어보았다.
소설가 김진명의 첫 에세이집이었다. 횡재나 다름없었다. 나는 김진명을 책을 읽고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믿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면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글을 쓴다. 사고의 흐름이 모두 똑같을 수야 있겠냐마는 김진명은 전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 남다르다. 그의 책은 늘 나의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더 특별하다. 김진명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비범한 구석이 있었다. 내면의 힘이 강건하다는 게 특별했다. 그 힘의 원천은 독서에 있다고 말한다.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한다는 명제는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화마에 휩싸인 건물에서 아이가 갇혔다고 치자. 소방관은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소방관은 친족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내용이 교차된다.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의 이타심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방관의 직무는 사명감 없이는 수행하기 어렵다고 본다. 목숨을 건 대우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단지 인간만이 택할 수 있는 숭고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결국에는 그 모든 행동의 계산까지 들어가 이기적인 행동으로 귀결이 가능하다는 이론도 있다. 대표적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다. 모두 열거하고 파고들면 끝도 없이 거슬러 가야 하는 골 깊은 이야기다. 이쯤 해두자. 직업적 사명감이 있든 없든, 소방관들께 감사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책 본문과 전혀 상관없는 나의 잡썰이다. 어쨌든 책은 무척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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