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1. 25. 18:27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16년 04월 25일 | 원제 : 職業としての小說家

이미지 출처 - 내 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제목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샀다. 하루키의 책이라면 문제 될 것 없었다. 실물 책을 받고서야 막연한 에세이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제가 명확한 에세이였다. 자신의 직업인 '소설가'에 관한 글이다. 책을 샀을 당시에는 그럭저럭 크게 남는 것 없이 소비하듯 읽었다. 2016년의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서가에서 이 책이 다시 눈에 띄었다. 뭔가에 강렬한 제목에 이끌렸다. 얼른 꺼내서 읽었다. 아마 최근 들어 글을 쓸 일이 많아서 끌렸을 것이다.
 저자의 글쓰기 인생을 집대성한 책이었다. 글쓰기 노하우와 루틴, 영감을 얻는 방법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집필 루틴은 다들 아실거다. 하루키 루틴은 유명하다. 이 책에서는 정확히 4시라는 언급은 없다. 다만, 구글 등 검색 자료에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웹 자료에 의하면 새벽 4시 기상하여 5~6시간, 그러니까 12시까지 소설을 쓰고 오후에는 마라톤이나 수영을 한다. 이후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고 9시에 취침한다. 이 또한 매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체 루틴은 대략 25년 이상, 마라톤은 3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단다.

 자자가 주장하길 소설 쓰는 일은 육체 노동이라고 한다. 책상 앞에만 장시간 앉아 있으면 머리가 과열되고, 운동 부족으로 건강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소설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주장한다. 유산소 운동은 건강 이외에도  두뇌 활성화에 좋기 때문에 집필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루도 수행하기도 힘든 일과를 30년이나 지속하는 저자의 근성은 정말 대단하다.
 저자는 영감은 어떻게 얻냐는 질문에 영감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딱 떠오르는 영감을 기대하고 써본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그날그날 정해 놓은 분량을 규칙적으로 적는다. 세부적인 에피소드나 기억 또는 단상을 적고 조합하기도 한다. 창조한다는 개념보다 머릿속의 지식이나 기억을 큐레이팅 한다는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 부분은 많은 창조 방법론 서적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조언을 종합하자면 소설을 잘 쓰기 위해는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쓰는 것은 피한다고 말한다. 시간에 메여 글을 쓰는 건 충분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는 다고 말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더 이상 연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정기적인 수입원 없이 글에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저자도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아내와 재즈 카페를 운영했다. 짬이 날 때마다 주방에서 글을 적었다. 때로는 아내가 잠든 심야에 혼자 식탁에 앉아 글을 적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이 탄생했다.
 박완서 작가는 오 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소설을 쓰는 게 쑥쓰러웠던 나머지 내놓고 쓴 적도 없다. 모두가 잠이든 밤에 머리맡 스탠드 불에 의지해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나목>을 비롯한 초기 작품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저 사람들은 전업 작가잖아. 나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따위의 불평은 넣어두게 된다.
 넉넉한 환경에도 변변한 글을 못쓰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