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2. 4. 00:08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유영만 저 | 나무생각 | 2019년 08월 12일

이미지 출처 - 내 폰

 

 이 책은 띠지에 적힌 문구에 이끌려 구입했다.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나 자신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다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스스로를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을 줬다.

 저자는 기피 대상 10가지 유형은 소개한다.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 저런 사람은 나쁜 사람인 이분법적인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편견이나 선입견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저자의 경험적 추정치 정도로 간주할 수 있겠다. 저자는 지식생태학자라고 소개한다. 그게 무슨 직업인가 아리송하다. 구글은 모든 걸 알려준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다. 교육은 교육이고 공학은 공학이지 이게 무슨 학문인가 신기할 따름이다. 알아본 바로는 교육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 공학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성립한다. 공학은 공업에 특화되게 과학적 사실을 경제적으로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까. 파이(π)는 3.1415, 루트 2(√2) 1.4141로 타협하고 공업에 적용한다. 과학은 무한히 이어지는 파이값을 끝까지 추적한다. 즉 공학은 경제적,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자동차 엔진 실린더와 피스톤의 오차가 소수점 네 자리면 실질적인 임계점이다.

 

 네 자리보다 높으면 엔진 정밀도가 높아져 출력 손실이 적다. 다만, 소수점 네 자리 수치도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출력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소수점 네 자리 이하면 출력이 눈에 뜨이게 줄어든다. 흔히 키로수가 높은 차량은 엔진 보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소재 기술도 좋아져 철이 더욱 단단하다. 보링을 하는 차를 보기 드문 시대다. 어떻든 과학이 진보해야 공학도 성장할 수 있다. 분야가 다를 뿐이다. 우리에게 실용적인 것이 공학이고 저자는 교육공학과 교수다.

 

 따라서 기피해야 할 사람의 유형을 분류하는데 의심의 여지를 품을 이유가 없다. 평생 동안 인재육성을 연구한 사람이다. 사람의 유형을 분류할 정도의 경력은 충분하다. 편의점 앞에서 막걸리 마시며 "홍길동이 요즘 인사성이 좀 부족한 것 같아. 흥, 네 가지가 없는 녀석. 딸꾹."하고 막연히 늘어놓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산 타고 마시는 게 정말 맛이 좋다. 그것도 대낮이면 더 맛있다. 종합하자면 산 타고 먹는 낮술이 진리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앞서 말했듯, 대놓고 웃어른을 무시하는 인사성 없는 홍길동 같은 부류는 누구나 필터링하기 쉽다. 저자가 말하는 기피 부류는 더 교묘한 유형이다. 너무 교묘하고 사회에서도 멀쩡히 인정받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피해자가 되기 쉽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으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거나 자신을 위한 선물, 보상을 주기도 한다. 자신을 아낀답시고 불량 식품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경우에 따라 소울푸드라서 먹는 사람 제외하고) 그런데 왜 불량한 사람에게 의존하며 자신을 허비하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의 저자 김정운 작가는 불량한 관계로 도피하는 것은 외롭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외로워도 안 좋은 관계로 빠지면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논리적인 주장이다. 좋은 사람은 이미 주변에 사람이 많다. 내가 그 사람이 필요할 때 내 곁에 있어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지금 한가한 사람이라도 불러서 술 한잔 하고 싶다. 지금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좀 별로인 구석은 있지만, 오늘 하루 술친구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실제로 즐겁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그토록 못 먹게 했던 달콤한 불량식품처럼.

 

 김정운 작가의 또 다른 책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대책을 소개한다. 별거 없다. 외로움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놀아라고 말한다. 시대가 캠핑이라고 알려주고 제주도 여행이라고 정해준다고 무작정 따라하면 안 된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원하는 것과 내가 실제로 좋아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그것을 하고 놀면 된다. 김정운 작가의 놀이는 그림 그리기다. 자신이 가장 즐거운 행위를 하는데 왜 즐겁지 아니한가.
 어떻든 우리는 유영만 교수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자신의 갉아 먹는 부류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김정운 작가의 조언대로 잘 놀아야 할 이유도 있다. 정신적 건강을 위함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술도 막걸리도 마시지 않는다. 재미가 있길 바라며 덧붙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브런치에서 62만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다.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만 존재할 뿐, 더 이상 타인의 글에 관심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인물에서는 대단한 조회수가 아닐 수 없다. 페이지당 19줄로 책은 두 시간 남짓이면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