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제갈건 저 | BOOKULOVE | 2022년 05월 18일
이 책은 후배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은 아니었고, 유튜브 채널을 추천했다.
"형이랑 똑같은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후배는 내가 저자를 따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약간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대관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여러 차례 그게 누구냐고 되물어야만 했다. 후배의 말을 종합하자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외모 X 세계관 O)
나는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이해하게 힘든 기벽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별 싱거운 녀석 다 보는군.'하고 넘겼다. 얼마 후 그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나와 흡사하다는 말을 기억하고 뭐 그런 녀석이 다 있지? 거만한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저 사람과 닮았다니 이런 기분 좋은 오해가 다 있나 내심 기뻤다.
그의 저서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 황급히 찾아서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독특한 성격은 확실히 닮아 있었다. 다만 지식수준은 나보다 몇 수는 우위에 있었다.
저자는 동양 철학에 조예가 깊었다. 책의 구성은 방황하던 시절의 회고록과 그에 대칭되는 철학의 사례를 소개하며 자신의 기행을 풀이하는 방식이었다. 개선 방향도 있었다. 마냥 웃고 떠드는 책이 아니었다. 심도 깊은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단지 재미를 위해 방황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곁들였을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 부분도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철학에는 젬병이다. 특히 동양 철학은 더더욱 문외한이다. 시쳇말로 '이송합니다.'이다.
'이송합니다.'는 '이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자 신조어다. 이공계열 전공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더 줄인 말로 '이송'이라고도 한다. 요즘은 실무에서 이과 출신이 이과만 알고, 문과 출신이 문과만 알고 있다면 바보 되는 건 한 순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문과, 이과 구분할 것 없이 과학과 인문학을 서로 병행해야 건강하다.
어떻든 유튜브 영상의 주인공은 나와 상당 부분 흡사했다. 약간 B 급스러운 말투까지 비슷했다. 그 후배가 오해를 할 만도 했다. 격투 스포츠를 즐겨했다는 것도 비슷했다. 내가 흡연을 해본 적이 없는 것만 제외하면 술, 담배, 고기를 끊은 것도 비슷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왕년에 어떠했다'라고 주장만 했다면,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을 집필하는 시점에도 그 시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다만, 내용은 그와 반대였다. 저자는 방황하던 시절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1 +1이 되고 있었다. 지독한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사회복지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상당한 흡입력이 있었다. 다 읽기까지 2시간이 걸렸다. 에피소드 위주라 페이지가 쉽게 넘어간다.
현재 진행형인 제갈건이라는 남자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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