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2. 19. 22:48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 밀리의 서재

 

 나는 축구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손흥민 선수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저자는 손흥민의 부친이다.
 저자도 프로 축구 선수 출신이다.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스포츠라는 게 약간 그런 측면이 있다. 실력과 흥행력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나는 축구에는 문외한이다. 다만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스포츠 분야인 복싱과 격투기를 본다면 탑 선수보다 한참 랭킹이 낮은 하위권 선수가 더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방면의 미스터리를 이해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존재한다.


 어쨌든 표지를 본다면 자신은 비록 은퇴한 선주지만 손흥민을 길러냈다는 반전 스토리를 기대할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아들 이야기도 어느 정도 포함하고는 있다. 그러나 저자의 성장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만큼 드라마틱했다. 힘들고 가난했던 중고등학교 시절. 시계도 없어 통금시간인 것도 모른 채, 새벽 운동을 나섰다가 파출소에 끌려가기 일쑤였다. 그래야만 동기들보다 한 세션을 더 훈련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연습, 연습, 연습으로 이루어진 삶이었다. 도시의 수도사가 따로 없었다.

 저자는 1962년생이다. 그 옛날, 격동의 시절에도 소신을 버리지 않고 살아왔다. 다수에 편승하는 법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했다. 늘 매를 달고 살았다. 폭력에 얼룩질지 언정. 굽히는 법은 없었다. 소신이라는 게 여차하면 아집으로 보일 수도 있다. 소신에는 논리적 사고와 배움이 기반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늘 스스로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며 채찍질하고 살았더랬다.

 그리하여 늘 독서를 가까이하며 지냈다. 훈련 외의 시간에는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1년에 100권을 남는 분량을 읽는다고 한다.(그중 괜찮은 것 30권 정도를 추려 손흥민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숫자다.


 풀타임 잡을 가진 사람이라면, 1년 동안 책 100권을 읽기란 정말 버거운 일이다. 나도 똑같은 목표를 매년 세운다. 금년에는 조기 달성했고 2021년에는 88권으로 12권 미달했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책을 펼쳐봐야 했다. 심지어 용변을 보면서도 책을 쥐고 있어야 가능한 숫자였다. 그나마 나는 몸을 쓰는 직종이 아님에도 어렵게 달성했던지라 저자의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 운동선수로 몸담았던 경험이 있다. 기운이 충만한 어린 시절이지만 늘 피곤에 시달리며 잠시라도 엉덩이를 붙이면 뇌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잠이 들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프로의식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지적 허영심이나 열등감의 발현에서 책을 보는 습관을 들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냥 기본값으로 몸에 베였을 뿐이다. 책 제목처럼 말이다. 체력 훈련은 기본, 기술도 기본, 독서도 기본임을 강조한다.

 그 기본의 하루하루가 쌓여서 오늘날의 손흥민 선수가 있다.

 

 

손웅정 저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15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