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책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1. 26. 13:12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박완서 저 | 세계사 | 2021년 01월 22일

이미지 출처 - 내 폰

 

 

 박완서는 본업이었던 소설만큼 수필도 재미있게 잘 썼다.
 다만, 작가의 인터뷰에 의하면 수필은 쓰기 어렵다고 말한다.(지금은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랬다.)

 소설이야 꾸며낸 이야기라는 방어막이 있다. 반면 수필은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샤이한 자신의 성품에는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완서는 660편의 많은 수필을 남겼다. 그중 대표할 수 있는 35개를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박완서의 수필집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다. 
 나는 박완서의 웬만한 책은 다 읽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곧바로 집어 들었다. 이 책에는 과거에 봤던 수필도 더러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구매 욕구를 자극했던 것은 서체였다. 글씨체가 너무 예뻤다. 어렵지 않은 문체와 책 구성에 너무 잘 어울렸다.
 진정한 고수들은 헛손질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코너 맥그리거가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KO 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펀치의 횟수는 한 방이었다. 앤더슨 실바가 포레스트 그리핀을 무찌른 주먹의 횟수도 한 방이었다. 앤더슨 실바가 비토 벨포트를 쓰러뜨린 발차기도 단 한 번이면 충분했다.

 어려운 낱말을 늘어놓는 법 없는 박완서의 절제된 문체가 좋다.
 좋은 글이기에 봤던 내용을 되풀이해서 읽어도 문제 될 것 없었다. 나는 봤던 책과 영화를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는 게 취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아마 50번은 족히 봤을 것이다. 그것도 줄여서 계산했음 직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대사 "Hasta la vista, baby."는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는 스페인어로 직역하면, 얘야, 잘 가라, 또 보자. 그러니까 요즘 애들 식 표현하자면 "GG"나 "즐~!" 정도로 보면 되겠다.
 어떻든 책 내용은 박완서 작가의 일상과 내밀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시대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글의 의미는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