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저주토끼』 - 정보라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1. 30. 00:12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정보라 저 | 아작 | 2022년 04월 01일 | 원서 : Cursed Bunny

이미지 출처 - 내 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도했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식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상은 뭘까 싶었지만 현장 분위기로 봐서 아주 권위 있는 문학상 틀림없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어쨌든 그 상에 2022년에도 한국인 작가가 후보에 올랐다. 그것도 두 명이었다.
 박상영, 정보라 작가다. 정보라 작가는 <저주토끼>라는 책으로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다. 저주토끼는 제목이 주는 신비감 때문에 얼른 책을 구해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느껴졌다. 무서워서 그랬던 게 아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되려 유머 코드가 많아서 우스웠다. 그리고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어느 한구석도 지루한 부분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이 팽팽하게 유지된다. 대개 소설집은 읽을 만한 작품 한 두 개만 있어도 성공이다. 음반도 그렇지 않았나.

 내가 어린시절 김종서가 상당한 인기를 끌던 시기가 있었다. 큰맘 먹고 김종서 2집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다. 내 주머니 사정에는 꽤 거금이었다. 그러나 카세트테이프는 내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큰 만족을 주지 못했다. 카세트테이프 속지에 가사가 적혀 있었다. '사랑의'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사랑에'로 부르는 노래 <겨울비>.

 들을 만한 노래는 딸랑 그 한 곡 뿐이었다. 어린 내가 이해하기에는 그의 음악은 너무 난해했다.

 저주토끼는 10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꽉 찬 소설집이다.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하나같이 모두 재미있다. 상상력이 너무도 기발하다. 놀라운 점은 정보라 작가는 등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세대에 재학 당시 교내에서 주는 연세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하다.(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다만, 문단에서는 신춘문예 또는 계간지 이상의 문학잡지에 당선이 되어 프로필, 소감문, 문학 평론가의 심사평이 있어야 등단으로 인정하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일종의 폐단이다. 이런 등단 제도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그 외 다른 국가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는 즉시 작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타인이 나의 자긍심을 침해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규정을 지어 놓고 거기에 순응하지 않으면 좀 피곤해진다. 아, 김진명 작가도 등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의 작가로 손꼽힌다. 판매부수만 따져본다면 세계적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만 6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어떻든 정보라 작가는 등단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격보다 역량이 중요하다.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해서 앞으로 읽을 책도 확보가 되었다. 차근차근 읽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