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피터 스완슨 저/노진선 역 | 푸른숲 | 2016년 07월 18일 | 원서 : The Kind Worth Killing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은 <저수지의 개들>이다.
그 영화의 묘미는 배우들이 나누는 수다에 있다. 장면 묘사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종전에 범죄 영화들과는 차이점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현란한 액션씬이 빠지고 지나치게 수다스럽다는 게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이 어떤 사안을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 피비린내 나는 범죄임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대사도 정말 재미있다. 배우들의 아주 내밀한 심리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국내 드라마처럼 대사가 연극적이지도 않다. 마일드한 대사. 그러나 아주 내밀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차기 작품들도 하나 같이 수다스럽다.
피터 스완슨의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무척이나 수다스럽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교묘하게 서로를 의심하고 행동을 예측한다. 과한 장면 묘사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너무도 스릴 있다. 실제보다 더 실제적으로 표현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기까지 한다.
요즘 독자 수준은 만만치 않다. 영화 한 편, 책 한 권 고르기 전에 식스센스와 기생충을 보며 선행 학습을 했다.(그냥 잔잔하게 흘러가는 힐링 도서는 논외의 이야기다) 미디어의 발달로 이야기 책을 찾는 수요층이 엄청 영리해졌다. 입맛에 안 맞으면 바로 책장을 닫아 버린다. 클릭 한 번에 다른 책을 볼 수 있다. 이에 전자책 플랫폼에서는 '완독률'이라는 데이터를 앞세워 강조하고 있다.
예전에는 읽기 힘든 책, 그러니까 어려운 책을 읽는 게 자신의 가치를 격상시키는 것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너도 나도 DSLR 한 대 쯤은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재대로 활용하는 유저는 드물었다. 서점에는 'DSLR 잘 찍는 법'이 실용서 카테고리의 최상단에 놓여 있었다. 카메라 제조사도 친절하지 못했다. 상위 1%의 마니아층의 사진을 보편적인 사용자의 결과물인 양 광고했다. 마치 그 카메라를 사용하면 누구나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종의 으름장처처럼 제조사는 '니들이 잘 못 써서 그렇다, 이 사람들이 찍은 걸 봐.'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전자기기 사용에 웬만큼 노련했음에도 DSLR 사용법은 서툴렀다. 어떻든 그때는 제조사가 만들면 써야였다. 시대가 변했다. 지금은 쓸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팔린다. 글도 마찬가지다. 잘 읽히는 책을 써야 사랑받는다. 단 재미는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글은 무척 재미있다. 이해가 어려워 역주행했던 문장도 없었다. 스토리텔링도 기발했다. 책을 너머 뒷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서 저자가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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