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2. 6. 20:03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19일 | 원서 : ナミヤ雜貨店の奇蹟

이미지 출처 - 내 폰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무슨무슨 상점, 백화점, 구판장…" 최근 서점을 둘러보면 작은 가게 그림이 있는 표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이 그 시초 격이다. 무슨 상점 시리즈가 그리도 많은지. 서점을 기웃거리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속는 셈 치고 진득하게 읽어봐도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덮게 된다. 고심해서 쓴 저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책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꽤 장기 집권한 책이다. 정확히는 8년이다. 주변인들이 재미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유행을 타는 책은 보기 싫은 증세가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작가야."
 지인이 이 책을 적극 추천하면서 곁들인 말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영화로도 여러 차례 리메이크 될 만큼 빅히트를 친 작품이다. 추리 소설이야 흔하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 책만 한 것도 없다. 애절한 휴머니즘 스토리가 녹아들어 절묘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추리 소설이나 범죄 소설은 사건의 트릭이 묘미다. 최대한 복잡하고 절묘해야 재미있다. 다만 그 배후에는 복수심이나 어떤 한 가지 극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그러니까 사건의 복잡성에 비해 사건의 전말은 그렇게 예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같은 아주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20년 전에 음악 시간에 비웃었다는 이유로 수치심을 느낀 주인공이 사건을 꾸민다는 식의 전개다. 한 인간으로서 측은하고 허망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뭔가 정곡을 찌르지만, 복수심이라는 하나의 감정에만 충실하다.
 다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정말 다양한 감정을 건드린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제목이 주는 느낌이 책의 기대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복잡하고 다각화 가능한 감정을 표현한다. 이야기도 많다.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가 모여 큰 이야기로 이어진다. 즉 이 책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옴니버스다. 455페이지로 요즘 소설 치고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진도가 술술 나간다. 메시지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작가다. 어려운 말을 덕지덕지 갖다 붙이는 건 초짜다.


 나는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거부감이 들어 이 책 읽기를 미루어 왔다. 도저히 더는 볼 게 없어진 시점에 억지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진작에 사다 놓았다. 책장에 몇 년째 방치되어 있었다. 그동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베스트셀러는 차치하고라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명백히 있었다. 어쨌든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팬이기 때문이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겁니다."
 심형래 감독의 명언이 떠오른다. 그가 영화를 여러 편 쏟아 낼 때였다. 각종 공중파에 나와 눈물로 호소했었다. 언젠가 지인이 극장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심형래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이 재미도 없는 거 뭐하러 봤냐고 핀잔을 주었다.
지인은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하이고 마. 텔레비전에 나와서 울어 샀는데 함 봐주야지. 우짤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