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노련한 판사가 죄 없는 사람에게 엉터리 판결을 내리는 이유는 뭘까?
정신 멀쩡한 사람들이 얼치기 같은 사기꾼에게 된통 당하는 이유는 뭘까?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가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째서 타인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을 할까?
저자는 그 이유로 3가지를 꼽는다.
1. 진실 기본값 이론
인간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고 있다. 그러니까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진실이라고 믿는 본성이다. 즉, 우리 뇌는 거짓말탐지기가 off 된 상태로 있는 셈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걸러내는 능력이 생각보다 형편없다.
2. 투명하다고 믿는 착각(슬픈 척하는 사람들)
'00가 죽으면 화장실 가서 웃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내면과 태도가 불일치하는 습성을 지적하는 속담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그 사람의 내면일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는 관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교묘하게 행동한다(사회적 웃음 등). 그러나 사람들은 타인을 해석할 때, 1원칙이 적용된(진실이 기본값) 상태로 판단한다.
상대방의 내면을 깡그리 무시한 채 현재의 행동과 태도로만 상대방을 판단하고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한다고 해서 '저 사람 참 친절해'라며 사람 속성까지 친절하고 믿는 것은 착각일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단지 근로 중일뿐이다. 실제로는 날이 바짝 서 있을 수도 있다. 지나친 우상화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쉽다.
3. 맥락이 중요성(특정한 맥락과 연결된 행동)
평소에는 견실한 청년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건들거리며 양아치처럼 행동한다. 국밥집에서는 응당 호걸같이 소주를 주문해야 하고 스타벅스에서는 점잔 빼며 인스타를 올린다.
반대로 말하면 특정 직업군이면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람 속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맥락만으로 타인을 해석한다는 것이다(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일명 기본값 올리기 작전).
같은 종의 인간이지만, 타인을 해석하는 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실제 사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사례를 소개한다. 타인에 대한 섣부른 추정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과를 낳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떤 사람과 트러블이 생기면 어떡하나? 곧장 그 사람을 비난한다.
출근길. 뒤에 따라오던 차가 딴짓하다 내 차 후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나는 경미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가까운 지인들이 이게 웬 떡이냐고 내심 부러워했다. 그러나 막상 그런 꿈같은 일을 겪게 되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은 금세 사라졌다.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가해 차량은 보험이 없던 것이다. 어쩐지 가해자는 명백한 단독 추돌사고를 냈음에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방방 뛰며 항변했다. 아울러, 나의 과실이라며 빨리 가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고 어이없는 주장을 했다. 무모한 일이었다. 나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저서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을 읽은 바 있다. 따라서 어설픈 주장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가해자에게 거리에서 참 교육을 시켜주었다. 혈압을 단 1mmHg도 올리지 않고 아주 손쉽게 말이다.
다행히 내 보험에 *'무보험차상해'라는 특약이 가입되어 있었다. 때문에 치료비와 차 수리비는 아무런 문제 없이 보상받을 수 있었다. 다만, 두둑한 합의금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휴업 손해라든지 금전적으로 보상받아야 하는 항목에는 굉장히 짜게 책정되었다. 보험사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돈을 회수 받는다고 했다. 이때 가해자가 돈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로스Loss를 떠안아야 하기에 일반적인 책정 금액과 차이가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억이 막혔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상으로 복귀가 시급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기 때문에 보험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일이다.
사고 당시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차는 폐차와 부활의 기로에 섰었다. 나는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하여 안정 가료의 기간을 가졌다. 새로 신축한 병원이었는데 간판 걸기 무섭게 내가 내원하게 된 것이다. 새로 오픈한 병원은 2인 병실을 혼자 쓸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고객(환자) 유치 차원에서 파격적인 서비스한 것이다. 어쨌든 신축한 병원은 너무도 고요했다. 이 도시에 나 혼자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금세 무료함을 느꼈다. 그때 이 책이 내 가방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입원 기간 동안 이 책에 몰두했다. 엎드려 물리치료를 받을 때에도 내 곁에 있었다(엎드린 자세로 물리치료를 받으면 되려 골병이 드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정독할 귀중한 시간을 얻었다.
지금도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그리고 허리는 여전히 욱신거린다.
말콤 글래드웰 저/유강은 역/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03월 20일 | 원서 : Talking to Strangers: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 쇼펜하우어 지음 김재혁 옮김 / 2007
무보험차상해담보 /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자기차를 운전중이거나 다른 차에 타고 있다가 무보험 차량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해 주는 것. 보험가입자의 가족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보행 중에 무보험 차량에 사고를 당했을 때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다양한 보상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이같은 부문을 만들어 종합보험 가입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사고를 당한 가입자에게 치료비 등 각종 보상을 우선 해준 뒤 가해자들로부터 보상금액을 되돌려 받는다. 가입자 입장에선 그만큼 편리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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