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
쇼펜하우어 지음 |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7년 07월 25일 출간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기묘한 제목이 관심을 끈다.
어린 시절 나는 K-1과 프라이드 격투기 매니아였다. 권투도 좋아했다.
마이크 타이슨이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 뜯는 경기도 빼 먹지 않고 생방송으로 시청했다.
그날 따라 경기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던 타이슨은(홀리필드의 지속적인 반칙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주장함) 분노를 걷잡지 못하고 돌발 행동 저질렀다. 무책임한 짓이었다.
당시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채널을 돌리지는 못했다.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뭔가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인 걸 알겠는데 눈을 떼지 못했다.
원초적인 본능이다. 내면 깊숙이 내제되어 있던 원시 본능을 자극했던 것이다.
조금 더 성장해서는 미국 프로레슬링에 열광했고 이후에는 일본 격투기를 보며 손이 땀을 쉬었다.
그렇게 싸움판을 구경하면서 대리 만족과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그 종목 중에 으뜸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100분 토론'이었다.
당시 자주 출연하던 패널이 있었는데, 토론 실력이 기가 막혔다. 남달랐다.
보통 2대 2로 논증과 반증을 하는데 그 출연자는 항상 같은 편에 있는 패널까지 탈탈 털었다.
2대 2로 시작해서 1대 3 끝났고 그 출연자 혼자서 뭉개 버렸다.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흥분되었다.
그 중년의 신사는 아주 깊은 학식을 바탕으로 어설픈 주장을 내세우는 교수, 박사, 국회의원을 손쉽게 박살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출연자가 뜸했다. 풍문으로 들리는 소문은 그 분이 나온다고 하면 상대편 토론자가 줄행랑을 친다는 것이다. 감히 맞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논쟁에 이기는 38가지 방법'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게 그 중년의 신사다.
공교롭게도 그 분의 출신 학교도 출판사와 같은 고려대학교다.
논쟁의(토론) 힘은 격투기 싸움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본다.(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생각한다면)
특별히 보태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국에서 말하기 기술은 쉽게 배울 수 없다.
반면 하버드나 해외 유명 대학에서는 토론 수업이 일반화 돼 있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전달하는 방법.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제목도 논리학이나 토론법이 마땅하다.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은 책 본문에 적혀 있는 머릿말을 읽어보면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유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출판하기 전에 사망했다.
그의 서랍에서 찾은 이 책의 원고에는 제목이 없는 상태였다.
그 이름도 거룩한 '쇼펜하우어'가 알려주는 논쟁 기술은 1시간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얇은 시집 사이즈다.
제 1 원칙 '확대해석해라' 뒷받침하는 논리도 읽어 볼만하지만, 제목에서 거대한 울림이 느껴진다.
한 장, 한 장 밟아 나가다 보면 무릎이 남아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시로 무릎을 탁 치게 되기 때문이다.
38번째 마지막 원칙을 소개하기 앞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 소설 결말을 발설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부분을 최후의 보루이자 필살기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38번째라는 넘버링 대신 '마지막 요령'으로 장식하고 있다.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을 감행하라'
이 책은 논점의 옮고 그름을 따지자고 쓴 책이 아니라고 한다. - 머릿말 中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정당한 수단을 쓰든 잔꾀를 부리든 상관하지 않고 논쟁에서 승리하는 데에만 목적을 두었다고 말한다.
초기 UFC에서 무규칙을 내걸고 격투기 시합을 벌이던 것처럼 말이다.
궁극적인 승리에만 목적을 둔 책인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비급'임이 틀림없다.
거기다 책 값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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