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옥 5

책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불의의 사고로 뇌수술을 받고 초능력이 생긴다면? 이 물음을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요 등장인물 두 명은 초능력자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실상은 철저히 계산된 능력이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니다. 도박사가 아니라 천문학적인 수를 암산으로 계산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10분 후에 비가 올 거예요" 10분 후 예측이 맞아떨어진다. 기후에 관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대입해서 10분 후에 비가 온다는 결괏값을 도출한 것이다. 겐토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천재 신경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다. 이후 의식이 돌아오지만 모든 기억을 잃고 만다.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뇌 내부에 얽히고설킨 기억의 연결 고리가 모두 끊어진 상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소설 2023.02.19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 추리소설 작가의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찾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의 스노보드 입문기다. 어린 시절 007의 제임스 본드가 스노보드를 타는 장면을 동경하여 마음에 담에 두고 있다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큰마음먹고 시작하게 되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꿈꾸던 로맨스가 있을 것이다. 나는 피아노가 버킷리스트다. 작년 그러니까, 2022년에 피아노를 배워볼까 싶어 교습소를 알아보기 이르렀다. 그러나 여의치 않아 다시 덮어 두고 훗날을 기약했다. 상황이 허락하는 곳은 지향하는 교육방식이 맞지 않았고, 막상 여기다 싶은 곳은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자는 스노보드 마니아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스노보드 외..

에세이 2023.01.06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19일 | 원서 : ナミヤ雜貨店の奇蹟 히가시노 게이고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이다. "무슨무슨 상점, 백화점, 구판장…" 최근 서점을 둘러보면 작은 가게 그림이 있는 표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책이 그 시초 격이다. 무슨 상점 시리즈가 그리도 많은지. 서점을 기웃거리는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속는 셈 치고 진득하게 읽어봐도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덮게 된다. 고심해서 쓴 저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책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꽤 장기 집권한 책이다. 정확히는 8년이다. 주변인들이 재미있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유행을 타는 책은 보기 싫..

소설 2022.12.06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2016년 04월 25일 | 원제 : 職業としての小說家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제목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샀다. 하루키의 책이라면 문제 될 것 없었다. 실물 책을 받고서야 막연한 에세이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제가 명확한 에세이였다. 자신의 직업인 '소설가'에 관한 글이다. 책을 샀을 당시에는 그럭저럭 크게 남는 것 없이 소비하듯 읽었다. 2016년의 일이다. 그리고 얼마 전 서가에서 이 책이 다시 눈에 띄었다. 뭔가에 강렬한 제목에 이끌렸다. 얼른 꺼내서 읽었다. 아마 최근 들어 글을 쓸 일이 많아서 끌렸을 것이다. 저자의 글쓰기 인생을 집대성한 책이었..

에세이 2022.11.25

책 『잠』 - 무라카미 하루키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문학사상 | 2012년 10월 17일 | 원제 : ねむり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에 매료되었었다. 친구 집에서 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였다. 이후 그 소설가에 관련된 글은 구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읽었다. 그가 평생 적어온 글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았다.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였지만, 더는 읽을 게 없었다. 하루키의 이름을 걸고 그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책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창작은 힘든 일이다. 나는 창작의 고뇌를 알 길이 없었다. 그의 글이 너무 좋았다. 탕진하듯이 그의 글을 소비해 나갔다. 잠이라는 신작이 발표되자마자 따져볼 것도 없이 얼른 주문을 했다. 일분 일 초라도 빨리 읽고 싶었다. 박완서 작가는 여행을..

소설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