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눈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3. 2. 10. 22:00
눈뜬 자들의 도시
이미지 출처 - 내 폰

4년 전 모든 사람들의 눈이 머는 재앙을 겪는다.
정전만 되어도 울부짖는 시대. 한 순간 모두의 눈이 멀고 만다.
전 인류가 맹인이 되었지만 딱 한 명은 멀쩡히 앞을 볼 수 있었다. 안과 의사의 아내다.
눈이 멀기 시작한 시점. 정부는 맹인들을 역병 환자 취급을 하며 수용소로 가두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약자의 탄압에 가담한다. 그 과정에 안과 의사의 아내는 남편을 돌보기 위해 맹인 행세를 하며 동반 입소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여기까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주제 사라마구가 쓴「눈먼 자들의 도시」의 줄거리이다(그래, 맞다. 영화로 나오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책 「눈뜬 자들의 도시」는 「눈먼 자들의 도시」의 후속작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의 비극적인 뒷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은 인간의 탐욕과 잔혹성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다. 비록 현실은 똥통 같은 세상이지만, 끝까지 타락하지 않고 자신만의 북소리를 울리는 굳건한 한 여성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가엾은 주인공을 보며 마음을 다 잡고는 했었다.

후속작 「눈뜬 자들의 도시」는 냉철한 시각으로 삐뚤어진 세상을 꼬집는다. 이 책은 세상에 대한 풍자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동물농장」과 결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실명 사건에서 목숨을 건진 시민들은 국가에 대한 환멸을 가진다. 4년 전 세상이 무너졌을 때 국가의 주도로 말할 수 없는 인권 탄압을 경험했다. 제목에서 말하는 눈을 떴다는 표현은 단지 시력의 회복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부조리에 대한 시각도 트인 것이다. 시민들은 체제의 대한 불신을 선거일에 드러냈다. 유권자의 70 퍼센트가 백지 투표를 행사했던 것이다. 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고 다시 한번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주동자를 색출하여 본보기를 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주동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정부 관계자는 계엄령을 선포하기 이른다. 군대가 도시를 봉쇄하며 도시 혼란을 조장했지만, 시민은 더욱 평화롭기만 했다. 시민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수작에 놀아나지 않자, 고위층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한다. 그 결과 4년 전, 눈이 멀지 않은 여자가 있다는 첩보를 이용하기로 입을 모은다.
눈이 멀지 않았던 여자를 백지투표와 도시 계엄령 선포의 주동자로 덮어 씌운다. 정부는 여자를 체포하기 위해 세 명의 경찰을 파견한다. 정상인이라면 두 개의 사건이 아무런 개연성이 없다는 것 쯤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가 범인이라고 지목하면 그 순간부터 범인이 되는 세상이었다.
이 소설은 끝까지 희망이 없다. 전작에서 눈물을 핥아주던 개마저 없다.

통제와 감시, 다름을 배척하고 탄압하기만 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통제되는 삶의 위험성을 알리는 게 아닐까. 마치 저자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그의 고함소리를 지하철에서 유난 떠는 광신도쯤 보듯 무심히 흘끔보고 지나치는 소시민이 아닐까.
이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하다. 끝까지 읽은 후에는 기분이 좀 더러워졌고 얼음이 찰랑거리는 콜라가 간절해졌다.

참고로 주제 사라마구는 1998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주제 사라마구 | 정영목 역 | 해냄 | 2007년 05월 10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 1998
1984 / 조지 오웰 / 1949
동물농장 / 조지 오웰 / 1945
*노벨 문학상 / 노벨 문학상은 작품에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수여한다. /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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