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의 작은 섬마을에서 한평생을 산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22살에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계획에 없던 결혼을 한다. 한순간의 실수는 자신을 평생 고통 속으로 빠뜨린다. 22살 동갑내기의 남편은 철부지에 불과했다. 음주 문제를 쉴 새 없이 일으키고 다녔다. 거기다 걸핏하면 부인을 패기까지 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자신의 부모님 또한 그러한(술 먹고, 때리고 맞는) 일생을 살았다는 것을 되뇌며 마음을 바로 잡곤했다. 남편의 폭력조차 이른바 '가정 바로잡기'라고 미화하며 참고 견디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유희 거리로 자신을 폭행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남편은 가정이 바로 잡히건 말건 관심 밖이었다. 단지 수틀리면 아내를 패는 게 일상이었을 뿐이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하며 맞불을 놓았다.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주인공의 기지와 용기가 아니었다면 순순히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그 내막은 스포일러를 품고 있기에 책을 읽어 보길 바라며). 그날 이후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뭔가 잘될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건 이미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였다.
자신에게 자행되던 폭력이 딸을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몫이었던 폭력은 이자를 곱절로 쳐서 더욱 변질되기 이른다. 남편은 딸을 성추행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고 있었다.
주인공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만하다.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수많은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1995년 영화로 제작되었다. 미저리, 그린마일, 미스트 등 저자의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가정폭력 문제를 다른 영화나 TV 시리즈는 지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조용한 희망」을 연상했다. 그 드라마도 가정폭력이 주제다. 아울러, 섬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남편의 폭력을 대항하는 엄마와 딸이 등장한다. 그리고 어떤 조력자가 있다는 설정도 비슷하다(정말 설정만 비슷하다는 거다. 이야기의 결이 많이 다르니 표절 논란 같은 오해는 마시길 바라며). 세상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이 책의 주안점은 뭔가를 진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클리셰다. 저명한 편집자 샌드라 거즈의 저서 「첫 문장의 힘」에서 어두침침한 취조실을 배경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설정은 피해야 할 금기사항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스티븐 킹은 진부한 형식을 사용함에도 무척 재미있게 글을 썼다. 활자를 읽으면서 나 자신이 처참할 정도로 슬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차 구분도 없다. 단지 노파가 과거를 회상하는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듣기 싫은 노인의 말이 이 책을 통해서는 한 편의 영화로 흘러간다. 아주 순식간에.
뭐라고, 앤디 비셋?
'자네가 나한테 설명해 준 권리들을 이해'하느냐고?
- 첫 문장에서
스티븐 킹 저 | 김승욱 역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21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첫 문장의 힘 / 샌드라 거즈 / 2022
조용한 희망 / 넷플릭스 시리즈 / 2021
*클리셰(프랑스어: cliché, 발음: [klɪ'ʃe])는 남용의 결과, 의도된 힘이나 새로움이 없어진 진부한 상투구, 상투어·표현·개념을 가리키며 상황, 줄거리의 기법, 주제, 성격 묘사, 수사법 등 흔히 있던 것이 되어 버린 대상(요약하면, 기호학의 사인)에도 적용된다. /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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