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면역에 관하여』 - 자연은 선하다는 통념과 『침묵의 봄』

이미지 출처 - 밀리의 서재

저자는 출산 과정에 2리터의 피를 바닥으로 쏟아내고 의식을 잃었다.
대부분의 유행병이 근절된 오늘날. 갓난아이에게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과연 옮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가 의식을 잃은 사이에 알 수 없는 사람의 피를 수혈받았고 깨어난 순간 반신반의하던 아기의 백신 접종을 결심하게 된다. 모유 수유를 통한 감염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면 알지." 백신 음모론자들이 말한다.
정부와 제약 회사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입을 모른다. 그와 비슷한 돈을 둘러싼 책략을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듣고 있자면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실상은 그 반대였다.
저널리스트 에이미 윌리스의 조사에 따르면 백신의 수익성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마저도 오래전 출시된 백신일수록 수익률은 곤두박질친다. 아울러, 연구 개발비도 많이 들어간다. 차라리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하는 쪽이 훨씬 이득이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백신 사업에서 손을 떼는 제약 회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백신을 맞아라는 거야?"

저자는 출산을 앞두고 면역과 백신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의 일부를 함께 따라간다. 공부의 범위가 엄청나다. 우리는 저자의 독백을 엿들으며 결과물을 거저 얻을 수 있다. 옛 속담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다방면으로 연구한 결과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이 간추릴 수 있다.

1. 백신에 연관된 부작용은 애초에 그 백신이 예방하려고 하는 감염에 의해서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2. 수두에 걸리면 수두 바이러스는 신경 뿌리에 잠복하며 영원히 몸을 떠나지 않는다. 면역계는 평생 그것을 억눌러야 한다. 면역 저하나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대상 포진으로 되살아난다. 백신은 맞는 게 마땅하며 *수두 파티는 위험한 짓이다.
3. 면역 기능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자연은 선하다는 통념은 버려라.

면역이라는 주제를 걸고 있어 과학책의 색채를 띄고 있지만, 순수문학가의 수필을 읽는 기분이 든다. 저자의 부친은 종양학자이고 모친은 시인이다. 논리적 사고와 곁들여진 미려한 문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매우 유익한 지식도 담고 있어 메모한 곳도 많다.
각 챕터는 30장으로 나뉘며 30편의 짧은 수기가 각각 독립된 형태로 작성되어 있다. 어느 곳을 펼쳐 읽어도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순서대로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저자가 출산을 경험하며 겪는 이야기 전개를 보폭에 맞춰 함께 걸어 나가면서 일종의 동지애 같은 걸 느꼈다.
구글도서에서는 이 책을 자서전으로 분류하고 있다.
과학의 영역인 면역학을 문학으로 풀어낸 것, 이과적 세계관을 문학으로 이끌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냉장 혈액이 내 혈관으로 들어오는 동안,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
… 시야 가장자리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속이 울렁거렸고, 정신이 핑 핑 돌았다.
다 정상입니다, 의사는 말했다.
「당신 피가 아니잖아요.」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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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라 비스 저/김명남 역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25일 | 원서 : On Immunity: An Inoculation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 1962
*수두파티 / 수두파티란 수두 예방접종 대신 수두 걸린 아이를 집에다 불러놓고 자기 아이에게 수두를 자연스럽게 옮기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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