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만감에 관한 심리 실험이 있다.
두 개의 그릇에 같은 양의 스프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릇 크기는 다르다. 큰 그릇과 또 하나는 상대적으로 작은 그릇이다. 참가자들은 같은 양의 스프를 먹고도 각기 다른 포만감 수준을 평가했다. 작은 그릇에 담긴 스프를 섭취한 후 더 높은 수준의 포만감을 느꼈다.
시각적 오류가 포만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실험이다(어느 책에서 봤지만, 지금은 출처를 찾을 수 없음).
이렇듯 뇌는 진실에 동조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러한 아이러니를 파해친다. 목차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인지력에 중점을 두었다.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인지 편향을 유형별로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확증 편향'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도 유행처럼 번진 덕분에 이제는 많이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회 병리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어이다.
편향은 실로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고 우리의 생각과 결정을 지배하기 이른다.
사람은 진화한다. 약 30만 년 전, 원시 사회에는 모든 데이터를 반영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비효율이자 곧 죽음을 뜻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멧돼지 사냥을 위해 길을 나서기로 했다. 사냥감을 찾아 이 산 저 산 들쑤시고 다니는 것보다 일찍이 '저 골짜기'에서 멧돼지를 열 마리 사냥했던 기억을 더듬어 '저 골짜기'로 나서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판단이다. 저 골짜기는 토지가 비옥해 풀이 많이 자란다. 따라서 벌레가 많다. 벌레 잡아먹는 작은 동물이 많으며 작은 동물을 먹이로 하는 더 큰 동물이 많다는 연쇄적인 결과값을 '직관'이라는 편향적 사고로 단축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편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다. 편향을 극복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솔루션을 연구한다. 저자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인지 편향적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2부는 뇌의 메커니즘과 뇌의 아이러니한 현상을 짜임새 있게 소개한다.
스트레스, 기억력, 주의력, 주변 환경이 뇌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영역마다 최신 연구를 사례로 들고 있다.
그렇다. 알고 있는 바대로 인지과학은 신생 학문이다. 사례로 드는 연구 결과조차 오류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책 머리말에 일러둔다. 가장 급변하고 있는 분야라고 간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언 듯 보기에는 자칫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어진다. 문장의 의미 전달이 쉬운 탓이다. 저자는 어려운 개념을 간결하고 유쾌하게 문체로 풀어 설명한다(번역자의 역량인지도 모르겠다).
대게 이러한 뇌과학 서적은 실험실에서 실행한 행동 실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반면 이 책은 실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경험담을 사례로 담고 있다. 학술적 내용임에도 친숙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인간의 뇌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로울 책이다.
알베르 무케베르 저 | 정수민 역 | 한빛비즈 | 2020년 8월 10일 | 원제 : Votre cerveau vous joue des tours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플랫폼 제국의 미래 / 스콧 갤러웨이 저 / 2018
어떤 선택의 재검토 / 말콤 글래드웰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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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딱딱한 도자기라기보다 찰흙놀이용 점토에 가깝다. 역기를 들면 근육이 형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 강하고 유연해진다. -본문 중에서 나는 유도 선수 출신
durumi5.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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