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책 『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3. 1. 7. 00:05

인스타 브레인
이미지 출처 - 밀리의 서재

 

 

우리는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며,
클릭 한 번 이면 전 세계의 오락물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우울해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의 머리말이자, 핵심문장이다.
    시작부터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시작한다.

    "우리는 하루에 2,600번 휴대전화를 만진다" - 본문 중

    TV를 가리켜 흔히 '바보상자'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TV를 보는 사람이 있을까? 내 주변의 사정을 보면 거의 없는 듯하다. 가정에서 TV를 틀어 놓아도 그냥 켜 놓은 것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다. 모두 스마트폰을 쥐고 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 TV를 사용하면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제어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아직 스마트폰보다는 상당 부분 불편한 게 현실이다. 미러링 기능으로 핸드폰의 화면을 TV로 볼 수 있지만, 주변인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욕설이 나오거나 농담의 수위가 쌘 것은 혼자서 즐기고 싶다. 여전히 핸드폰이 매력적인 선택지다.

    어째서 휴대전화가 그렇게 유혹적일까?
    문명의 이기는 이토록 진보되었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아직 수렵 채집인의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 그러니까 쾌락 유발 물질인 '도파민'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허기를 느낄 때 잘 차려진 음식만 보아도 도파민 수치를 급격하게 치솟는다. 음식을 먹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이 보상 시스템이 인간을 나태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에도 침투한다는 게 문제다.
    인간은 음식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도 목말라 한다. 원시 사회 때 맹수의 공격을 대비해 기후나 다른 짐승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생존 확률이 올라갔다. 따라서 작은 변화나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는 본능도 있다고 말한다. 그 부분도 도파민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의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도파민을 얻고 있다.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딱히 즐겁지는 않지만,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고 묶여있는 것과 비슷하다. 1초가 멀다 하고 자막이 튀어나온다. 카메라 수십 대가 다른 각도로 찍은 것을 화면 전환을 하며 교차해서 보여준다. 즉 새로운 이벤트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때문에 뇌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재미없어도 보게 된다. 그런데 재미까지 더해지면?
    인스타그램이 그렇다. 우리 뇌를 아주 성공적으로 해킹했다. 터치 한 번에 재미있는 이벤트가 마구 쏟아진다. 이에,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의 광고 시장을 집어삼켰다.
    나는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가입을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이후 내 첫 책이 나왔을 무렵이었다. 광고기획사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재직 중인 친구에게 농담조로 물었다.
    "너네 회사에 책 광고 맡기면 얼마 정도 하니?"
    "책이라. 음, 우리는 *BTL 마케팅 전문이라 마케팅 포인트가 안 맞는데…. 차라리 인스타를 해보지 그래?"
    "인스타? 그건 내 사생활이 다 드러나잖아?"
    "당연히 작가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지. 책 광고는 인스타가 최고야."
    "그… 그래?"

    결과론적으로 나는 친구의 조언대로 인스타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이 뭔가 난해하게 느껴졌고, 집필에 몰두할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빼앗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다. 친구가 이 글을 읽으면 답답함을 호소할지도 모른다(워낙 행동력이 강한 친구이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 기껏 조언해주었더니 귓등으로 흘려듣고 말았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친구야 네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내 의지가 문제야.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새로운 것을 계속 탐구하도록 뇌가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껏 생존하고 있다. 마케터들은 일찍이 이 부분을 간파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말 그대로 장삿속에 놀아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 알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학습능력을 저해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멀티태스킹이 도파민을 분비한다는 사실은 소수만 알고 있다. 원시 사회에서 주변을 철저히 경계해야 했다. 즉 작은 위험에도 빠르게 대응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인류의 절반이 10년도 살지 못하고 죽어 나가던 시절에는 없어서 안 될 생존 능력이었다. 생사의 여부가 달린 중요한 기능이다. 도파민으로 대가를 치러야만 몸이 반응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쓸모가 없어진 기능이다.
    저자는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휴대전화라고 말한다. 심지어 무음 상태에서도 주위를 분산시킨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심각성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안 쓰면 어쩌자는 것인가?
    정보화 시대에 혼자 자연인으로 연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대책으로 핸드폰 사용 시간을 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어렵다면 하루 1~2시간 만이라도 핸드폰의 전원을 끄길 권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도파민 단식일'을 정해두고 하루 동안은 플러그를 뽑는 날로 지낸다. 뇌 건강을 위함이다. 아직 온전히 성공한 적은 없다. 다만, 자기 전에 핸드폰을 끄는 것은 3년째 성공적으로 이행 중이다.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 동양북스(동양books) | 2020년 05월 15일 | 원제 : SKARMHJARNAN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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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TL [below the line] (한경 경제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