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가이 윈치 저 / 임지원 역 | 문학동네 | 2015년 07월 17일 | 원제 : EMOTIONAL FIRST AID
이 책의 원제는『정서적 응급처치』다.
국내 번역서는 문학 전문 출판사답게 제목이 문학스럽게 변경되어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로 출판이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총평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닌 척하지 말고 아픔을 인정하자. 그리고 마땅한 응급처치를 하자.'
제목도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마음을 다쳤을 때 응당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게 성숙한 의식으로 간주한다. '쿨하다'는 표현도 비슷하다. 시대가 그렇게 명하면 우리는 '쿨'해야 한다. '예전에는 어떠했는데, 요즘은 너무 예민하다'와 같은 말을 남발한다.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나 때는 치약 뚜껑에 머리 박고, 우로 굴러 좌로 굴러 뺑뺑이 돌렸는데, 요즘에는 우로 구르십시오! 좌로 구르십시오! 이러나?"
재미를 위해 과장스러운 예를 든 것이다.
어떻든 이 책의 골자는 이렇다.
저자는 아이가 없다. 다만 친구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고 방문했더랬다. 그 집 아이가 5살인데, 까불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다. 아이는 털고 일어나더니 구급상자를 열고 상처에 소독을 하더란다. 그리고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였다. 당연한 처사였다. 상처에 대한 응급 처지였다. 5살짜리 어린아이의 일이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의 자세는 어떠하나?
응급처치는 없다.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방치하며 마음의 병을 더욱 키운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 큰 성인이다.
정서적 상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응급처지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평생을 심리치료에 몸담고 있다.
자, 그럼 응급처치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이 책은 분량이 제법 된다. 상처를 입는 경로는 정말 다양하고 저자는 그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한다. 가령 예를 들자면 고독에 시달리며 스스로 상처를 입었다면 '플랜 A. 비관주의와 싸워라. B. 긍정적으로 사고하라.'와 같은 골 깊은 이야기를 한다. 뭐 틀린 말이 아닐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나,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단지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내가 핵심으로 꼽은 것은,
'반추하지 말자.'다. 반추는 소가 되새김 질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이미 겪었던, 상처받은 기억이나 부정적인 기억을 적어도 곱씹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정서는 회복의 궤도로 들어설 여지가 생긴다. 응당 쿨하게 용서하거나 이해하자는 게 아니다. 용서와 이해는 다른 영역이다. 상대나 상황을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정서적 평화를 위해 잠시 접어두고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심하게 야단을 맞은 기억을 잊지 않고 환갑이 넘은 나이까지 반추하는 사람을 보곤 한다. 정당하지 않은 폭력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그 상처를 끄집어내어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감에 흠집을 낼 필요가 있을까? 지금 당장 불안감만 높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떻든 이 책은 아주 좋은 내용이 가득하다. 가까운 지인들께는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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