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플로리안 아이그너 저 | 동양북스 | 2018년 04월 13일
이 책에 대한 총평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성공은 다 운이다. 그러니까 패배자 여러분들 기죽지 마시오."
그나마도 성공은 운이라는 무책임한 주장만 일관되게 늘어놓았더라면 더 평가 절하했을 것이다. 그래도 위로는 있어서 다행이다. 운에 좌우되는 현실에 너무 기죽지 말라는 멘트가 있다.
어쨌든 주요 골자는 운이 나빠서 넘어졌을 때는(모든 실패를 의미) 그대로 좀 쉬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무심결에 책 표지를 보면, 성공과 우연의 상관관계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논하는 책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 말고는 그 무엇도 특별한 것이 없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과 비슷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수백억 원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주인은 돈을 주고 산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그자'다.
스트라이바리우스가 악기든 요강이든 나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돈을 지불하고 산 사람의 소유인 것쯤은 알고 있다.
삼성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몽땅 기부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서로 작품을 한 점이라도 더 교부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언뜻 보기에는 이 회장이 지하 창고에 그림 수백 점을 숨겨 놓고 있었을 것 같다. 아니다. 기존에 이미 국공립미술관에 공개되어 있었다.
내가 실제로 기부 전, 후 관람을 했던 바 있다. 그림 옆 명패만 미술관 소장품으로 변경돼 있었다. 기존에는 파리만 날리던 미술관이었다. 기부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몰려들 만큼 반응이 뜨겁다. 이건희 컬렉션 그림이 걸린 곳은 지금도 온통 매진이다.
왜 좋다고 정평이 나면 나눠야 마땅한 걸까?
이 책은 아는 교수가 아주 우쭐하며 추천한 책이다.
그는 아주 교만한 태도를 가졌는데도 어떻게 재주를 부렸는지 학생들과 독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동참하는 인원들에게는 연유를 물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어떻든 그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자의 학문적 수준을 찬양했고 자신도 지나칠 정도로 우쭐거렸다.
제목이 관심을 끌기도 했고 읽어 보고 허술하면 코를 납작하게 해 주기 위해 부랴부랴 구입해서 읽었다. 그 결과 굳이 다 읽을 가치도 없었다.
이 책은 '준비된 성공'은 일거에 무시하고 있다. 논리도 엉성하다.
기회의 운이 균등하게 작용하더라도 연습과 준비가 없었다면 마이클 조던이 탄생했을까?
저자의 주장하는 것처럼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대가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면 자신이 이 책을 팔아서 얻은 수익을 무명작가들에게 골고루 나누었나?
책을 추천한 교수는 대학 교수직을 할만큼 했으니, 학계 저 끄트머리에서 쭈그려 않아 있는 과학자들에게 교수직을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구역질 나는 주장이다.
저자는 과학자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도 이공계 교수다.
무식한 소리를 떠들며 학생들에게 엉터리 선동을 하는 것 보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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