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김정운 저자(글)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24일 출시
에디톨로지,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뜻이다.
문화심리학자이자 '화가'인 김정운 작가께서 직접 만든 개념이다.
편집이라 하면 수동적으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섞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인 '재편집'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핸드폰이 있고 MP3, 카메라, 인터넷 브라우저가 개별적으로 존재했다. 그것을 하나로 묶는 편집의 과정을 거치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 창세기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했던 게 아니다. 우리가 가깝게 사용하고 있어서 흔하게 여길뿐이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저것들을 섞기만 했다면 스마트폰이 쓸만했을까?
재편집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변수를 알려준다. 특히 심리학적 측면에서 인간 본성을 알려준다. 김정운 작가는 심리학의 발상지인 독일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13년의 과정을 거쳤다).
자극에 대한 인간 행동과 상호작용에 아주 심도 깊은 지식을 알려준다. 아, 겁낼 것 없다. 전혀 어렵지 않다. 김정운 작가의 글은 재미있기로 유명하다.
나는 에디톨로지 초판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읽었다. 2018년에 스패셜에디션으로 핵심 내용 그대로 보존하되 다시 보충하여 재출간했다.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 어떻게 자료수집을 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아주 면밀하게 기술하고 있으니, 글을 쓰는 사람이면 꼭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스페셜 에디션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진지해진 게 아쉬웠다. 초판에서 뺐다고 강조한 '아재 개그'는 정말 재치 넘친다.
이 책은 아주 심도 깊은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게 핵심가치다. 이 정도 교육적 가치를 가진 책이 재미있다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나는 대학원에서 일명 '역설계'라고 일컫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저자가 주장하는 재편집의 개념을 그 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나는 에디톨로지를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로 규정할 수 있다. 좋은 책은 상당한 시간을 절감해준다.
마치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한 수준의 능력치 향상을 느낀다.
어떻든 저자는 여러 번 강조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을. 지식의 재편집으로 새로운 것이 창출된다. 그러니까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도 된다. 앎의 범위가 늘어남에 따라 창조에 적용될 스팩트럼도 넓어진다.
즉, 일단 많이 배우고 많이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김정운 작가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을 보자.
그 책에서 휴식의 중요성도 설명한다. 일명 '멍 때리기'다. 그것이 창의력의 열쇠다. 그 내용까지 적용한다면 무슨 분야든지 생산성이 개선된다.
책은 주야장천 재편집의 중요성만 설파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듯 인간 본성을 짚고 넘어간다(심리학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학습 방법. 그러니까 더 이상 외울 필요가 없는 시대에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방법도 전수해준다. 이건 거의 작가의 장사 밑천을 공개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노트와 카드 기록법의 차이로 설명한다. 우리는 교과과목마다 공책을 들고 다녔다. 공책에서 수업내용을 요약하거나 메모를 한다. 그러고는 들춰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다만, 카드에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요즘 해시태그의 개념처럼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독서노트를 만들고 독서한 내용을 기록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카드 메모 법은 정말 명함 크기의 카드 맨 위에 메모할 내용의 키워드를 적고 내용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축약해서 적는다. 그리고 가나다 순으로 케이스에 보관한다. 나중에 카드가 쌓이면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해당 키워드를 꺼내보자. 해당 키워드로 작성된 무수한 데이터가 순서대로 갈무리되어 있다. 그것을 보기 좋게 큐레이팅 하면 그게 바로 에디톨로지다.
그리고 지금은 카드를 사러 갈 필요도 없다. 갤럭시 노트 앱이나 에버노트 앱을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우리가 'ctrl + F'의 힘을 얼마나 잘 알고 있나.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 차려진 밥상에 수저를 드는 게 아니라, 아예 밥을 숟가락으로 퍼서 한 손으로는 입을 억지로 벌려서 밥을 퍼 넣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입으로 따뜻한 밥을 퍼 넣어 주시는 고마운 작가님께 매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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