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레기나 퇴터 저자(글) · 장혜경 번역
생각의날개 · 2016년 05월 02일 출시
무조건 다 버려라. 싹 버리는 게 곧 진리라는 식의 무책임한 스님이 작성한 책이 아니다.
무소유라고 해서 법정 스님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나는 법정 스님의 매우 존경한다. 평생을 모범된 삶을 살다 입적하신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는 그 자체로 깨달음이자 진리다. 다만, 시중에 승적도 없는 자격 미달의 승려들이 넘쳐난다. 공감이나 비움 열풍 속에 관련 키워드를 내세워 얼마나 많은 책을 냈는지 생각해본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화가 나면 무조건 참고,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런 실체 없는 조언은 현대인에게 적용하기에는 좀 황당한 측면이 많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나는 예스맨이 되었고, 스마일맨이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의 배려는 쥐뿔도 없었고 오히려 이용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까지 관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런 얼치기 종교인들은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제는 그런 글을 읽으면 짜증이 팍 나서 책을 덮게 된다.
반면 이 책은 종교인과는 무관한 실용서다. 독일 국적의 저자가 직접 실생활에 반영하면서 얻은 정리 방법이 주된 내용이다. 독일식 실용주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니다. 물건의 정리법 말고도 건강하게 먹는 법,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법 등 다채로운 기법을 소개한다.
그 방법론의 중심에는 반드시 정리와 정돈이 있다. '정리'는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것이고 '정돈'은 물건을 정위치로 배치하거나,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대대적인 정리정돈을 실시했다. 내가 쓸모없는 것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었는지 짐짓 놀라웠다. 필요성을 재검토하여 버리거나 알맞게 재배치했고,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맞추기 힘든 예민한 성격의 친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을까? 이 관계를 지탱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내 삶을 퇴보시키는 그가 과연 친구라는 직함이 가당치나 한 걸까? 의미 없는 과거의 실수담을 수백 번 되풀이하고 매번 같은 패턴의 과도한 음주를 곁들인 푸념을 듣고 내가 행복해졌나?
쓴웃음이 지어진다.
나는 인간관계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책은 시집 사이즈로 매우 얇지만 내 삶에 끼친 파급력은 엄청나다.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 먹는 장사,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0) | 2022.11.24 |
---|---|
책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 조던 피터슨 (6) | 2022.11.15 |
책 『믿습니까? 믿습니다』 - 이상하고 굳건한 미신의 세계 (4) | 2022.11.02 |
책 『통증홈트: 목, 어깨』 - 머리, 목, 어깨의 만성 통증이 사라지는 홈 트레이닝 프로젝트 (6) | 2022.11.01 |
책 『부의 본능』 - 슈퍼리치가 되는 9가지 방법 (10) | 202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