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박완서 저자(글)
현대문학 · 2004년 10월 23일 출시
이 작품은 박완서의 동명의 단편 소설 '그 남자네 집'에 기초하여 탄생한 '장편 소설'이다.
소설가들은 단편 소설이나 콩트를 발표하고 간혹 더 이어 쓰고 싶은 의욕이 생길 때가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의외로 글이 잘 나와서 길게 이어나가고 싶지만, 출판사와 약속한 지면 관계상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훗날 떠오른 영감으로 내용이 보충되거나 확장될 수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는 1, 2권으로 기획되었으나, 추후 3권이 추가로 나왔다. 김영하 작가의 장편 소설 <퀴즈쇼> 또한 단편으로 먼저 발표된 적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지만, 단편은 발상의 참신함이 좋았고 장편은 내용이 풍부하고 빈틈없는 구성으로 페이지 넘어가는 속도가 무서울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어찌나 애틋한지 작가가 일흔이 넘은 고령에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연배에도 젊은 감성의 풋풋한 연애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기량이다.
나는 이 책을 박완서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저자도 책의 서문에서 말하길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은 애틋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필시 연애편지를 쓰는 기분이었단다.
우연한 기회로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배회하게 되었고,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국 전쟁 당시의 고단했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겪어 보지 못했지만 겪은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몰입된다.
전쟁으로 인해 학업을 내려 놓아야 했던 삶. 일부 내용은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과 엇비슷한 부분도 있다. 박완서의 다른 작품도 밟아 나가다 보면 자주 접하는 부분이다. 주로 자전적 소설을 쓰기에 작가에게 의미가 깊은 6.25의 참혹한 기억, 젊은 날의 강렬했던 기억, 청춘의 기억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그것대로 재미가 솔솔 하다. 워낙 글을 재미있게 쓰기에 이번 책에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저번에는 이랬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살짝 비틀어서 나올까.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첫사랑의 대한 내밀한 기억을 일기장 들여다 보는 듯 읽을 수 있다. 남의 일기장을 몰래 본다면 이런 느낌에 가깝지 않을까?
무난하게 이어지는 연애 소설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 남자는 참으로 딱해진다. 삶은 고단한 것이다. 우리 모두 가슴속에 무덤 한 두 개 씩을 가지고 살지 않았나.
서글픈 사랑을 실감할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꼭 읽어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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