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마구』 - 히가시노 게이고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0. 22. 11:54

히가시노 게이고 저자(글) · 이혁재 번역
재인 · 2011년 12월 01일 출시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도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진다.
 고등학생 야구선수 유망주와 도자이 전기라는 거대 기업이 대관절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천재 작가는 그 두 가지 마저 이어 붙였다.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말이다.
 먼저 나는 야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 놀았던 적은 있지만 성장하면서 야구에 그다지 큰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단체 운동보다는 개인플레이를 하는 스포츠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주제로 하는 이 책은 아주 흥미진진했다. 아예 야구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야기 흐름에 꼭 알아야 하는 배경이 있다면 작가는 가르쳐 준다는 느낌도 들지 않게 교묘한 방식으로 알려준다. 그러니 제목에서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고교 야구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일까? 나는 야구 선수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면 지명도 있는 구단으로 영입되어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훌륭한 선수는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저 그런 선수라면 차선책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도 실력이 낮은 선수라면 또 다른 진로도 필요하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이러한 엘리트 체육의 허점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스포츠의 밝은 면만 보고 살아간다.
 일반 수험생들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 수학 과정을 거치며 대학으로 진학한다. 대학은 학문 탐구의 영역이지만, 평생의 밥벌이를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다. 취업이 어렵긴 하지만 인기 학과를 졸업하면 어떻게 든 적당한 일자리를 구해 생활은 이어 갈 수 있다.
 고교 스포츠 선수들도 대학 진학해 커리어를 쌓고 프로 데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자들은 대학 진학을 생략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 수도 있다. 반면 진학도, 프로 입단도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나도 왕년에, 이런 말은 요즘 금기 시 되지만, 학창 시절 나도 운동선수로 활약을 했었다.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부모님들의 권유도 있었기에 진로를 학업으로 변경했었다. 내가 계속 운동선수로 진로를 이어갔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예측해본다면 학업으로 변경한 게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이런 빈틈을 파고들어 고교 야구 선수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으레 추리 소설이라하면 서스펜스나 트릭에 중점을 주고 전개되지만, 히가시노 작가는 사람의 감정선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도자이 전기라는 거대 기업의 이야기를 접목해서 종전에 없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애절한 뽕짝을 들었을 때 울컥 올라오는 원초적인 감정 몇 가지만 들끓게 하는 소설이 아니다. 정말 미묘한 감정. 복잡한 사계절의 감정이 생긴다.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3번의 연주를 듣고 있는 느낌이다. 아주 세밀한 감정 표현, 활기 넘치는 10대의 정서와 글로벌 기업의 중역의 머릿속을 넘나 든다. 그 중심에 야구라는 스포츠가 있다.
 장르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말이 있다.
 믿고 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사 먹고 맛없다고 인상을 찡그릴 일이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재미를 느낀다면 그건 '당연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