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저자(글)
마음산책 · 2009년 02월 20일 출시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소설가 박완서의 짧은 소설집이다.
박완서 작가의 꽤 알려진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책도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나의 아름다운 이웃도 무척 재미있다.)
책 첫 장부터 크게 한 방 먹고 시작한다.
출산 예정인 손주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구절에서 뭔가 울림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작가의 사심이 듬뿍 들어간 책이라 볼 수 있다. 어떤 책이라고 애정이 덜 들어갔겠냐마는 책의 부제에도 강조되어 있는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저자의 아주 애정 어린 작품집이라고 볼 수 있다.
부제가 무려 '작가가 아끼는 이야기 모음'이라고 한다.
자신의 손주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일까? 교육적이고 뭔가 울림을 주는 글일 것이다. 실제로도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겨 있었다. 머릿말에서 언급하길 70년대부터 콩트나 동화를 청탁 받고 집필한 이야기를 한데 모은 거라고 한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박완서 작가의 콩트는 '아주 귀하다.' 예전에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읽은 사실인데, 70~80년대 경제 부흥기 시절 탑티어급 대기업에서 '사보'를 발행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요즘 대기업의 트랜드로는 사회공헌이 유행처럼 떠오른다.) 그룹사의 자본력을 과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유명 작가들에게 원고를 청탁했다. 얇팍한 사보 특성상 지면의 여유가 없어 단편 소설은 고사하고 콩트나 수필을 의뢰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콩트 원고료가 대형 출판사의 단편 소설 원고료보다 훨씬 많았다고 한다.(최근 자료에 의하면 A급 출판사의 단편 소설 원고료는 원고지 장 당 5만 원 정도 추산한다. 단편 소설은 보통 원고지 70장 내외 분량이다.) 보통 순수문학 간행물은 계간지로 발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너프 하게 단편 소설 한 편에 350만 원을 잡고 1년에 4건 실는 다고 가정하면 연봉 1400만 원이 된다. 그런데 과연 4건의 청탁을 받는 작가가 존재할까? 5% 이내 정도 될 것 같다. 소위 잘 나가는 '스타 작가' 정도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단의 사정을(반도체 사업과 달리 돈이 안 된다, 출판사나 작가나 마찬가지) 훤히 알았던 박완서 작가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후배 문인들에게 토스해주기 위해 기업 사보 원고는 정중하게 사양했다고 회고했다. 콩트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책 머리말의 글을 생각한다면 저자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다.
본문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습니다. ~입니다.'로 문장이 쓰여져 있다. 그러니까 정말 손주를 위해 쓴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우화 같은 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인쇄된 책이 다 팔려 한 차례 절판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새로운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어 우리는 이 귀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얻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고 책도 구할 수 있겠지만, 이런 가치 있는 책을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주는 의미는 또 다르다고 본다.
우리가 아이한테 먹일 음식, 아이가 입을 옷에 얼마나 신경 쓰고 사는가?
우리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유익한 이야기 책을 찾는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이야기 선물을 마련해 놓고 아기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은 마냥 찬란하기만 합니다.' - 본문 中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마구』 - 히가시노 게이고 (2) | 2022.10.22 |
---|---|
책 『삼성 컨스피러시』 - 김진명 (2) | 2022.10.22 |
책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히가시노 게이고 (0) | 2022.10.17 |
책 『글자전쟁』- 김진명 (4) | 2022.10.15 |
책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0) | 2022.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