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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저자(글) · 최고은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 2020년 11월 30일 출시
요즘 제주도 한 달 살기 챌린지와 유명 여행지 스탬프 찍는 미션이 유행이다.
이에 뒤질 수 없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을 완독 챌린지를 도전한 적이 있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히가시노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책을 집필한 작가였다(책도 두껍다).
그리고 아직 한국어 번역이 되지 않아 국내 출판이 되지 않는 작품도 수두룩한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꽤 많은 작품을 읽었는데, 그 중에 베스트 10위로 꼽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이다. 제목도 무진장 길어서 이하 '블랙쇼맨'이라고 줄여서 부르겠으니 양해 바란다.
2020년에 출간 되어 비교적 최신작에 속하는 소설인데 히가시노의 나이를 고려하면 세대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졌다. 과거 작품에는 구린 일을 할 때는 공중전화를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그런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조건은 추리소설 작가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그러니까 젊은 주인공의 정서. 그것도 갓 서른이 넘은 여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과장 조금 보태서 나이 일흔을(58년생, 한국 나이 65세) 바라보는 작가의 솜씨라고 생각하면 놀라운 필력이다(시대정신에 뒤 처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글을 감히 내가 판단한다는 것은..).
그리고 저자의 심리학, 수사학의 대한 지식이 놀라울 만큼 유익하고 교육적이다(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년에 장편소설 2편, 단편소설 2편을 집필한다. 그리고 그 루틴을 30년 넘게 이어 오고있다.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작품활동에 앞서 이야기의 플롯을 설정한다거나 대략적인 스크립트를 짜놓고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 글을 어떻게 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한 줄 적는단다. 그럼 그에 맞는 다음 줄을 쓴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장편이 되어 있단다. 아니 그럼 그 많은 복선과 트릭은 어떻게 설명이 되냐 하니, 작가 스스로도 의도 하고 쓴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읽어보면 복선과 반전, 트릭이 들어 있어서 놀라곤 한다고 말한다.
창의력은 학습의 축적이라고 생각한다. 히가시노가 유독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는 하겠지만, 30년 넘게 이어온 글쓰기 습관이야 말로 진정한 창의력의 비결아닐까?
어떻든 히가시노의 다른 소설처럼 이 책에서도 화두를 던져 준다. 그리고 이 책은 여러 개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을 적어본다면,
1. 저작권에 대한 윤리.
2. 배우자의 과거사 문제.
3. 요즘은 상당 부분 퇴색 되었지만, 스승의 대한 은혜. (교사는 스승이라는 개념보다는 직업으로 간주되는 시대다. 이는 시대 정서가 바뀐 탓도 있지만, 교사들도 일조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당연하게도 '이것이야말로 진리다'식의 불편한 글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화두를 던져 줄 뿐이다. 각자 삶의 모습이 다를 뿐 무엇이 옳고 그름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잊고 살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들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들려준다.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이 필요하다면, 블랙쇼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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