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동급생』 - 히가시노 게이고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0. 12. 19:55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히가시노 게이고 저자(글) · 민경욱 번역
소미미디어 · 2019년 11월 15일 출시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데뷔작인 『방과 후』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소설이다.
 여고생의 아주 내밀한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한다. 유명한 소설가 스티븐 킹 마저도 여학생의 심리 묘사만큼 어려운 것도 없었다고 회고한 글을 읽은 적 있다. 심지어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음에도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대표작이 '캐리'라는 소설이다(여고생이 주인공이다). 놀라운 일이다.

 어떻든 10대 여학생의 마음을 무슨 수로 알겠냐 싶지만, 이 책은 10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심리 묘사를 한다. 소설가는 정말 대단한 직업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주요 등장인물이 고등학생이다(일부 형사들도 나온다. 사건을 추리하는 역할이고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들만의 세계를 세세한 부분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가 솔솔 하다. 글을 읽고 있으면 온화한 일본 마을의 바람이 느껴진다. 일본 땅을 밟아 본 적도 없지만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그만큼 문장이 미려하다.

 이 부분은 번역가의 역량이 좋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가 번역이 엉성한 고전을 얼마나 많이 접하고 살았는가. 같은 작가지만 책에따라 문장 수준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다' 퓰리쳐의 말이 생각난다. 문학적 색채가 짙은 글은 재미가 없기 마련다. 표현과 문장 그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을 알지만, 어떨때는 읽다보면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그리고 이 재미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종의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소설에 가깝지만 문학적 가치도 충분하다.

 줄거리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까도 까도 또 나온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요즘 너무 헤프게 사용되는 표현이다). 성장 드라마와 추리가 결합되어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뭔가 숨겨진 트릭 하나 내걸고 있는 떡밥 소설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런게 먹혔지만 요즘 독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어설프게 광고를 해서 약간의 효과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셜미디어와 입소문을 무시할 수 없다. 그 만큼 영리해진 독자들에게 변함 없이 사랑받는 작가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실력이다.

 아참. 그리고 영화의 쿠키 영상 같은 작가의 후기도 볼만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치고는 이례적인 부분이다. 작가는 이런 고생은 해본적 없다고 언급할 만큼 애를 먹고 쓴 작품이기에 처음으로 후기를 남긴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만하다.
 책 결말에 이르러 비밀은 다 해결 되었지만, 홀가분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나, 뭔가 뒤가 구리다는 게 아니다.

 숙연한 마음이 여운을 남긴다. 책은 분명 재미있다. 책을 손에서 놓고도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 또한 저자의 능력이다.
 한동안 여운이 남는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