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저자(글) · 정혜용 번역
열린책들 · 2015년 04월 05일 출시 (1쇄 2012년 05월 25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로 친숙한 회사다(너무도 훌륭한 작가다). 공교롭게 '한 여자'도 프랑스 소설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첫 문장부터 뭉클 하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뻔한 신파극이 아니다. 누구나 가슴속에 무덤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가. 그러나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특별함은 우리에게 더욱 뼈아픈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슬픔이 마음속에서 공감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편한 문체의 글로 진솔하게 담아낸다. 미화하지 않고 더 빼지도 않는다.
말은 보태기는 쉬워도 솔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지간한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타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내밀한 속마음이 인상 깊다. 책에 적힌 모든 일은 아니 에르노 작가가 실제로 겪은 실화다. 또한 이 작가의 모든 작품이 자신의 삶을 담은 논픽션 소설이라고 한다. 저자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 게 철직이라고 말한다. 책은 어느 곳을 펼쳐 놓고 읽어도 될 만큼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이 또 있었는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가 그랬다.
다른 어떤 글보다 공감할 수 있는 어머니의 관한 글. 온전히 엄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정말 복잡한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음 책이 언제 나오는지 묻는 것에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약해지는 과정은 너무도 슬프다. 누구나 겪는 노화의 과정. 그리고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들, 이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아, 있었던 것 같다. 박완서 작가.
그분의 글도 매우 사실적이다. 그리고 논픽션 소설도 아주 재미있다(픽션도 무척 재미있다). 박완서 작가는 다작을 해주신 게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글이 어렵지 않아서 좋다. 읽기 편하다. 친숙한 이야기도 좋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친 사람처럼 펑펑 울고 싶다면 '한 여자'를 추천한다. 사정없이 따귀를 갈겨줄 책이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뭔가를 심어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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