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저자(글)
새움 · 2012년 10월 22일 출시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핸드폰이 있었다. 바로 모토로라 스타텍이다.
90년대에 등장한 그 모델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이후 개량하여 후속작을 지속적으로 출시했다. 레이저라는 후속 기종으로 발전하여 스마트폰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던 모토로라는 구글로 매각됐다. 영원한 1등 같았던 노키아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2013년에 핸드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했다.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두 공룡기업의 일이다.
삼성전자가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 언급한 두 회사가 쟁쟁하던 시절부터 핸드폰 사업을 이어왔고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5%를 기록하면 시장 1위로 집계됐다. 어디 스마트폰 뿐인가. D램 반도체, 가전제품, 금융사 그리고 지독하게 고장도 안나는 자동차까지 만들어 운전자를 괴롭히고 있다(1세대 SM시리즈는 아직도 도로에 자주 출몰한다).
지인 중에 구형 SM오너가 있는데 연식이 그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차가 고장 나지 않아 기종 변경을 할 명분이 생기지 않아 괴롭다고 푸념했다.
어떻든 영원한 1등이 없는 경쟁 시장에서 삼성은 꽤 오래 장기 집권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연구개발만 잘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진명의 소설 삼성 컨스피러시에서는 삼성전자를 인수하려는 해외 자본과의 치열한 전쟁을 그린다. 거액의 장학금을 받는 과학 영재들이 두문불출하더니 급기야 사라진다. 과학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채용 전쟁,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인수 합병 전략.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넷플릭스의 대형 자본이 들어간 영화를 보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전혀 가슴 뛸 것 같지 않는 이야기를 오징어 게임보다 재미있게 써놨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김진명 작가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대깨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머리통이 깨져도 삼성'이라는 뜻으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맹목적으로 삼성을 신봉하는 현상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그 세대들이 몇십 년을 겪어오면서 체득한 정보처리 방식 아닐까? 그러니까 어느 브랜드 제품을 사봤는데 고장도 없고 만족도 높았던, 경험적 추정치에 의해 생긴 결론인 것이다. 그 지명도 있는 브랜드를 믿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든 이 책은 초판으로 <바이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이후 대놓고 <삼성 컨스피러시>로 개정되어 나왔다. 나는 두 판 본을 다 읽었다. 내용의 흐름은 비슷하다. 다만 삼성 컨스피러시가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누워서 읽기 알맞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활자만 보는 게 다가 아니다. 책을 사는 과정을 경험하고 책을 파지 하는 느낌과 감각, 종이 냄새, 표지에서 주는 감성 이 모든 체험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듯 조선시대 고서의 표지를 하고 있다면 거부감이 들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김진명의 책은 표지도 아주 세련되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전자책도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솔직히 장점이 좀 더 많기는 하다. 어떻든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는 게 좋겠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배려하기 위함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찾는다면 당장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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