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책 『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2. 10. 18. 01:12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리사 제노바 저자(글) · 윤승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04월 15일 출시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저자는 이 책 서두에서 기억력에 관한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주차장에서 차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명하길 주차장에서 차를 잃어버린 것은 기억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설명한다. 그 말인 즉 애초에 차를 세워둔 곳을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루 동안 받아들이는 정보가 얼마나 방대한지 한번 생각해본다면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고 가정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까지 지나쳐온 차 넘버를 다 기억하는 삶은 그다지 윤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 예전에 그런 영화가 있었던 것 같다. '본 시리즈' 초창기였던 것 같은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첩보원이 특수 훈련을 받아서 기억력이 남다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자신이 첩보원이라는 기억만 상실된 채 살아가며 주차장에 주차된 모든 자동차 번호를 다 외우고 있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이 영화로 가상의 상황을 겪어본 우리는 꼭 필요한 사실만 기억하는 게 얼마나 유익한 일인지 알 수 있게 되며 평범함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반대로 기억하고 싶은 정보는 잘 외워지지 않는다. 걱정마시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효율적인 기억법을 알려준다. 책 본문에는 기술을 습득하기 앞서 기억에 관한 메커니즘을 잠시 설명하고 넘어간다. 바쁘실테니 내가 아주 간단하게 요약을 한다면, 우리에게 들어온 모든 정보는 해마라는 단기 기억 기관을 거쳐 장기 기억 장소인 대뇌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여기서 해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다 생물 해마와 아주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해마라로 명명했다고 한다.

 자, 그런데 해마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지속시간이 아주 짧다고 한다(15~30초).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컴퓨터로 치면 플래시 메모리 같은 격이다. 휘발성을 띤다.

 그리고 보관 용량도 크지 않다. 메인저 장 장치인 대뇌로 전달되기 전에 휘발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 꼭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저자는 휴대폰부터 내려놓으라고 강조한다.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기억을 하기 위해서 집중을 했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해마 즉 15~30초 간의 단기 기억에 머무른다.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 이상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만 정직하게 집중한다면 기억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내가 실제로 검증해본 바 정말 그랬다.
 그리고 근육기억. 머슬메모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텐데, 근육은 운동 기능도 하지만 운동 기억이 저장되는 장치이기도 하다. 운전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젓가락질을 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근육 기억에 해당된다. 따라서 기억하고 싶은 게 있다면 율동이나 특정 행동을 동반해 기억하면 장기기억 형성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물가물 했던 기억도 그 행동이나 율동을 생각하면 기억을 떠올리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충격적이거나 격한 감정도 기억의 변수가 된다고 한다. 일명 트라우마도 이에 해당된다. 저자는 이를 섬광기억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각종 화면을 보면서 보낸다.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 접하는 정보의 양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못하 넘쳐흐른다. 때로는 플러그를 뽑고 과부하된 뇌에 휴식을 줄 필요가 있다.
 기억에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좋은 기억법을 터득하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