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09월 26일 출간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이 책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뭔가 일어나야 할 일이 계속 일어나지 않아 불안했다.
'왜 이렇게 사람을 안 죽이지?' 끝부분에 대량 학살이라도 일어 나는건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이렇게도 글을 쓴단 말인가?
J.K. 롤링은 해리포터를 써야 하고 스티븐 킹은 호러를 써야 하고 히가시노 세이고도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쓸 것 같다.
장르가 김진명이고 장르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말이 있다(장르가 곧 그의 이름인 거룩함).
그런대로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교훈적이다. 그렇지만 글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한 번 잡으면 좀처럼 책을 놓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답게 뚜렷한 중심 주제가 있다. 그게 바로 '불륜'이다.
평범한 직장인 남성이 어떤식으로 불륜으로 접어들며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그럴만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 이 책의 주인공도 나 생각이 일치한다. 그에 대한 심리 묘사가 얼마나 교묘한지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도 몰입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이런 류의 글은 재미없을 거라고 색안경 끼고 바라 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참으로 대단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아, 오해하지 마시라. 교훈을 준답시고 교만하게 남의 삶에 경고하지 않는다. 다만, 가상의 상황을 전개하며 위험성을 보여준다. 그것도 매우 사실적으로(주변에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해답은 독자들이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게 할 뿐 불편한 강요 따위는 없다.
그래서 편하다. 그리고 친절하다.
읽은 책이 쌓여갈수록 스스로 생각하면서 깨우치게 하는 글이 좋아진다. 그것이야 말로 참된 어른의 자세 아닐까? 우리는 흔히 꼰대 마인드라고 하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나.
남에게 침해하고 주입 시키고 강요하고 타이르는 방식.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게 끔 슬쩍 팔꿈치로 찌르고는 모른 척 하면 얼마나 좋을까. '넛지'라는 책도 떠오른다(넛지도 읽어 볼만하다).
소설로서 우리에게 넛지를 제시하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리고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반전 장치도 숨어있다(거의 모든 작품이 반전을 품고 있다).
불륜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15년 전 의문의 살인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게된다. 후반부로 가면 이야기의 제 2 막이 오른다.
괜찮은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벅차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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