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9년 04월 15일 출간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
도서관에 있는 저자의 책은 모두 너덜너덜 하다 못해 손에 쥐기도 꺼려진다.
스토리 구성은 말할 것도 없이 탄탄하다. 그리고 반전이나 트릭도 숨겨져 있어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심지어 교육적이다. 그러니까 작품마다 꼭 한 두 가지 정도의 화두를 던져준다. 그렇지만 '이것이 진리다' 같은 계몽주의적 주장으로 사상을 주입하지 않는다. 화두만 던져 줄 뿐 답은 독자들에 몫으로 맡겨둔다.
열린 결말이라는 게 아니다. 주된 스토리의 기승전결은 뚜렷하다. 그리고 매우 흥미진진하다. 다만 줄거리 외의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 들어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연좌제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된 폐단이다. 그러나 편견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이 중심 내용은 강력 범죄자의 동생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이다.
소년 소녀 가장이 된 동생이 학업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거듭한다. 그 와중에 형의 옥바라지까지 한다. 고단한 삶이다.
동생은 형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인 사건임을 알고 있다. 그래도 죄는 죄다. 형은 법을 심판을 받게 되지만 동생은 무슨 죄인가. 동생도 사회의 처절한 배척을 받는다.
그리고 유가족과의 사과 문제. 모름지기 사과는 받을 사람이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이 사과라고 했다. 가해자가 마냥 자신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하는 일방적인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저자는 이점을 꼬집는다.
영영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거나, 성품의 차이로 사과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기다린다는 마냥 외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이 또한 죄인의 카르마다. 범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저자는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답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간접적으로 메시지는 남겨준다.
'죄를 짓지 말자'라는 거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잔인하지만 현실인 것을 처절하게 조명한다.
그리고 이 책이 특별한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 유난히 살인에 인색하다. 책 중간쯤에 문득 생각했다. "왜 이렇게 사람을 안 죽이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작품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잔혹성은 낮고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한 여자』 -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0) | 2022.10.11 |
---|---|
책 『제3의 시나리오』 - 김진명 (0) | 2022.10.09 |
책 『기린의 날개』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22.10.08 |
책 『새벽 거리에서』 - 히가시노 게이고 (0) | 2022.10.07 |
책 『플레이어1, 2』 - 인간의 능력을 조절하는 음악, 스릴러 소설 (0) | 202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