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진명의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3. 11. 23. 20:47
김진명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김진명 저,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김진명의 신작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반영한 소설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김진명 특유의 상상력과 정치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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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인 케빈과 우크라이나 퇴역 군인 마하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뒷골목에서 용병 비스므리한 건달들과 결탁하여 무기 암거래상의 보석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보석 대신 발견한 것은 정비 중인 미군의 핵잠수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잠수함을 슬쩍하는 데 성공. 케빈이 잠수함을 운전해 심해로 빠져나가며,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소설의 초반부에 작전명 '네버 어게인'이 살짝 언급된다. 이는 김진명 작품의 전통적인 떡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전명은 이야기의 중심 축을 이루며 결말까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전쟁은 점점 골 깊어지고 푸틴은 심리적 갈등 끝에 핵 공격을 감행한다. 이에 대응하여 잠수함 일당은 모스크바에 핵 미사일을 발사한다(탑승 인원 대부분이 낭인이지만 본질은 우크라이나인이라 감정적으로 반격한다). 첫 발은 5kt(핵미사일 치고 약한 것), 두 번째 미사일은 아예 핵탄두 없이 빈 것이었다. 충분히 죽일 수 있지만, 죽이지 않겠다는 뜻. 이에 러시아 내부는 사기가 꺾여 휴전 분위기가 조성된다. 끝까지 공격에 대한 주장을 꺾지 않았던 푸틴은 내부의 반대파에 의해 총격을 당한다.

 

 미국은 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러시아에 직접적인 핵공격을 감행할 수 없었기에 네버 어게인 작전을 구상한다. 낭인들에게 잠수함을 탈취당한 것처럼 꾸민 것이다. 그리고 케빈은 실제로는 미군이었다는 반전이 있어,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소설은 전쟁에서 러시아의 비인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그렇다. 분명 전쟁에도 지켜야 하는 법도, 즉 제네바 협약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지만 실상은 그 어떤 전쟁에서도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 케케묵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전쟁을 단순히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쪼개기는 어려운 문제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전쟁과 정치적 복잡성을 섬세하게 그린 김진명의 또 다른 명작이다. 이 소설은 전쟁의 양면성과 인간의 복잡하고 어두운 면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진명 저 | 이타북스 | 2023년 09월 20일

감동/여운: ★★★☆☆
흥미/몰입: ★★★★☆
이해/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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