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지방의 어느 한적한 휴양지에 다녀온 적 있다. 산 중턱에 있는 그곳은 저녁이 되면 그야말로 칠흑같이 어둠이 잠식했다. 여차하면 반딧불이가 날아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숙소 밖에는 인공조명이 하나도 없었다. 벌레 우는 소리만 들려오는 겨울밤은 길고 따뜻했다. 무심결에 리모컨을 쥐고 벽걸이 TV를 켰더랬다. 내 평온한 상황과는 반대로 TV 속은 살얼음판이었다. 건장한 교복 청소년이 양친과 대치 상태로 서 있었다. 그 아이는 걸핏하면 무력으로 모친을 제압하는 문제로 솔루션 제공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른바 '분노조절장애'를 극심하게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엄마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고치려 했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