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책 『아이 뇌를 알면 진짜 마음이 보인다』 - 아이의 뇌를 몰라서 오늘도 상처 주고 말았다

코페르니의 책 리뷰 2023. 1. 18. 23:49

아이 뇌를 알면 진짜 마음이 보인다
이미지 출처 - 밀리의 서재

 

 

    "밭맬래? 애 볼래?" 물어보면 밭맨다는 속담이 있다.
    육아의 고단함을 가감 없이 표현한 말이다.

    육아와 조련은 흡사한 측면이 많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 TV 프로그램 강형욱 훈련사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오은영 박사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시청하고 있노라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아'를 교정하기보다 '보호자'를 교육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육아는 보호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시중에 널려있는 육아서를 따라 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장담하듯 말한다.


"육아서에 쓰여 있는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본문 중에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만약에 어린이집 하원 중인 아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며 우는 상황을 가정하자. 아이는 엄마와 집에 가고 싶은 마음과 친구들과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다. 아이는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미숙한 어휘 능력으로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도 못한다. 엄마는 "이제 집에 가자."라며 아이의 손을 잡아 이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또 새로운 정보가 아이의 뇌에 입력되어 경미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쯤 되면 아이의 과부하 상태가 되며 소리를 지르고 우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우는 것도 타당한 일이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엄마는 또 보챈다고 마냥 짜증이 치솟는다.


     저자는 조언한다. 이런 경우에는 잠시 안정을 찾게 지켜보는 게 좋다고. 부모가 생각하는 방법만 강요하면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며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불러온다. 하원 준비나 놀이가 끝날 수 있게 미리 하나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서서히 자리 잡게 한다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 알고 있다. 아주 속 터지는 일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이의 미숙함을 성장시켜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지 않나. 훗날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날 때까지 수없이 노력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다.
    훈육 과정에 폭력이나 강압적인 언행이 들어가면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이 누적되어 있다가 사춘기에 터트리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그 정도로 그친다면 천만다행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참을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고의 폭도 좁아진다고 언급한다. 아이는 소리치고 떼를 쓰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 하나의 상황을 깨트리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썽을 부리는 상황을 스스로 넘어서면서 이성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성장의 증거'라고 말한다. 부모의 강압에 의한 행동교정은 기회의 박탈이 될 수 있다. 또한, 스냅스 성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뇌는 뉴런(신경세포)의 집합체이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 가지를 시냅스라고 한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냅스만 살아남고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는 끊어진다. 이를 시냅스 가지치기라고 한다. 0~13세까지의 미성숙한 뇌는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가지치기를 이어간다. 14세 이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뇌 속 네트워크의 질이 급격히 달라진다. 이른바 '성숙기'에 접어든다. 그 속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확립되어 자기 주도성도 길러진다.
    몸을 써야 유연해지고 악기도 연습해야 실력이 는다. 어린 시절 통제로만 길들여진 아이는 인내와 다각적인 행동에 대한 시냅스 연결망이 좁은 상태에 놓인 셈이다. 잠재 능력을 제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부모로서는 속 터지는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부모의 사명인 것을. 아이에게 평생의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버텨낼 용기가 샘솟는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아이의 뇌 성장 시점이었다. 뇌 성장이 언제부터 시작될까? 나는 짐작하길 엄마가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라고 생각했다. 다들 바쁘실 테니 결론부터 말하겠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아이가 엄마 배 속에 잉태되기 전부터라고 한다. 태교 이전에 엄마의 유전자 정보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게다가 부정적인 측면은 더욱 일찍 영향을 받는다. 학대당한 아이의 뇌 연구와 동물실험에서 수 세대에 걸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시 사회에서 폭력은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러므로 유전자에 골 깊게 박혀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떠나서 학습능력 향상이나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는 60가지 심리 기술을 소개한다. 그중에는 성인 간의 의사소통에도 접목할 수 있는 유익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
    총체적으로 이 책은 실천적인 책이다.
    읽은 후부터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오쿠야마 치카라 저/양필성 역/김영훈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14일 | 원서 : 小兒科醫が敎える子どもの腦の成長段階で「そのとき,いちばん大切なこと」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참고자료
운동화 신은 뇌 /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 저 / 2009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강형욱 저 / 2014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오은영 저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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