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스티븐 킹
- 출판
- 황금가지
- 출판일
- 2014.07.14
스티븐 킹의 소설 '닥터 슬립 1'은 그의 유명한 작품 '샤이닝'의 후속작이다. '샤이닝'에서 등장한 잭 토런스의 아들 대니 토런스가 성인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니는 전작에서 밝고 총명한 소년으로 등장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해 인생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낸다. 대니는 자신의 샤이닝 능력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술에 의지한다. 인생을 허비하며 방황하던 중 어느 순간에 이르러 그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장에서 대니는 낯선 여자의 집에서 깨어나는데, 그 여자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방탕한 삶에 내던지고 있었다. 지갑을 확인했더니 전날 받은 주급 500달러는 온데간데없고(심지어 땡전 한 푼도 없이) 비어있었다. 여자를 의심했지만 그녀가 훔쳤을 것 같지는 않다. 대신 테이블 위에 지저분하게 남아 있는 약이 마음에 걸렸다. 아마도 그것을 사느라 돈을 탕진한 듯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싸움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주먹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대니는 이 도시를 서둘러 떠나지 않으면 철창행을 면치 못할 것을 직감한다.
대니는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며 여자의 지갑에서 구겨진 70달러를 훔친다(이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추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 광경을 15개월가량 된 여자의 아들이 목격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따로 없을 만큼 방치되어 있었고(기저귀가 발목까지 축 처져있었다. 대니는 순간 샤이닝이 발동해 아이가 외삼촌에게 학대받는 사실도 알게 된다). 대니는 잠시 갈등하지만 결국 두 사람을 외면하고 돈을 손에 쥔 채 달아난다. 이 사건은 대니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어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여기까지 종합하자면 걸뱅이와 다름없던 여자는 전 재산 70달러를 갈취당했고 그녀의 아이는 얼마 후 외삼촌에게 폭행당해 숨을 거둔다. 그 후 여자와 아이의 혼령이 대니에게 나타나 자신의 무책임이 불러온 비극을 전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대니의 미래를 빌어주며 모자 쓴 여자, 즉 트루 낫을 조심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까지 해준다.
대니는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노숙자 생활을 이어가다 프레이저라는 작은 도시에 터를 잡는다. 대니는 호스피스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의 샤이닝 능력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편안하게 임종을 맞도록 도우며 '닥터 슬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이 호스피스에서의 생활은 대니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주었고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닥터 슬립 1권은 대니가 술을 멀리하고 다시 인생을 바로 잡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곁가지로 아브라라는 소녀와 트루 낫이라는 비밀조직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대니는 아브라를 우연히 텔레파시를 통해 연결되는데, 아브라는 대니가 어린 시절처럼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녀다. 아브라는 자신의 능력이 트루 낫에 노출되어 위험에 처하게 되고 대니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딕 할로런이라는 노인이 어린 대니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아브라를 돕기로 결심한다.
트루 낫은 샤이닝을 가진 이들의 능력을 스팀 형태로 흡수하여 생명을 유지하려는 반쯤 뱀파이어 같은 존재들이다. 이 조직은 대니와 아브라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며 두 진영의 본격적인 대립을 예고하며 1권이 끝을 맺는다.
이 작품도 저자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전개 못지 않게 문장 표현 자체가 재미있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대니가 개과천선하는 과정, 그 과정에 대니를 조력하는 선한 지인들을 보며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니 자신이 아브라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문학적 가치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어질 트루 낫이라는 조직과의 대립은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닥터 슬립 1'은 스티븐 킹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인간의 내면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대니 토런스의 활약과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지, 2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스티븐 킹 저 | 이은선 역 | 황금가지 | 2014년 07월 10일 | 원제: Doctor Sleep
감동/여운: ★★★★★
흥미/몰입: ★★★★★
이해/명료: ★★★★★
[스티븐 킹의 샤이닝 리뷰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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