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 중에서 '파킨슨의 법칙'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직 군인 출신이자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에 의해 제시된 이 법칙은 간단히 말해 조직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업무량의 증가와 무관하게 비효율적으로 확장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조직의 팽창 현상은 따분한 정부 행정 조직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글로벌 대기업의 본사도 예외는 아니며 스타트업, 학교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크기와 복잡성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피자 두 판의 법칙'이 있다. 효율적인 팀이나 회의 운영을 위해 피자 두 판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인원으로 한정한다는 원칙이다. 아마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주장한 법칙이다.
조직이 커지면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지고 과정이 더 복잡해진다. 따라서 효율은 떨어진다는 것이 파킨슨의 주장이다. 이러한 팽창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관료적 권력의 추구, 자신의 직위와 영역 보호의 본능이다. 즉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유능한 인재보다는 자신을 위협하지 않을 만큼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100만 원 단위의 금액에 대한 결정은 지나칠 만큼 꼼꼼하게 논의되는 반면, 몇 천억, 몇 조 단위의 금액에 대한 결정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적은 돈은 머릿속으로 가늠이 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은 돈 대한 현실감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처구니없는 정책에 돈을 쏟고 있는 현상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파킨슨의 법칙'은 우리에게 조직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조직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그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권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면 이 책에서 제시한 경계해야 할 지점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리더라면 비효율을 인식하고 개선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불합리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귀중한 교훈을 준다.
노스코트 파킨슨 지음 | 김광웅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04월 14일 | 원제 : Parkinson’s Law
지식/정보: ★★★★★
흥미/몰입: ★★★★★
이해/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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