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심리 스릴러로 비밀과 음모가 얽힌 상황에서 감정적인 혼란이 가중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앞서 여러 차례 복잡한 심리묘사를 주축으로 한 작품을 엮어낸 바 있다. 앞서 읽은 저자의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이 책도 그런 기대를 품고 읽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결론 먼저 말하자면, 이 작가의 최고작은 아니다.
이야기는 '앨리스'라는 여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앨리스가 고급 주택가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그 집은 불과 4개월 전 잔혹한 살인 사건이 있었던 집이라는 사실을 뒤 늦게 알게 되었고 자신도 스토킹을 당하는 듯한 정황이 포착된다. 의혹이 굳어짐에 따라 이웃들도 하나둘씩 수상하게 행동한다. 동거남과의 관계도 미묘하게 멀어지게 된다. 이어 그의 어두웠던 과거를 직면하게 된다.
기본적인 분위기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수습할까 싶지만, 결말에서 줄거리의 전환과 트릭이 모두 밝혀진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깊이 파고들어 그들의 취약성과 표면 아래에 잠재하는 두려움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캐릭터 개발 능력은 칭찬할 만하다. 신원 미상의 악마와 싸움을 벌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고난.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해 현재의 사건과 복잡하게 연결시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방식.
조력자들 역시 세심하게 조명한다. 각 캐릭터는 독특한 특징과 별개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소설의 진행은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다. 바꿔 말하자면 이야기 전개가 단조롭다고도 할 수 있다. 일부 구간은 지나치게 길어지는 느낌도 있다. 그러니까 질질 끄는 느낌이 들어 조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풍부하고 복잡한 스토리텔링이(반전이라고 딱 잘라 말하면 평가 절하하는 느낌이 드는 노파심에) 병목현상을 보상해 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약간의 복잡성을 가진 관계 구도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몇 가지 궁금증이 남는다. 업계 용어로는 일명 '떡밥 회수'라고 일컫는다. 동거남의 과거 문제와 살인범의 공백기에 대한 행보가 보강되었다면 좋았겠다 싶다.
어떻든 분명한 것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줄을 읽을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B. A. 패리스 저 | 박설영 역 | 모모 | 2021년 12월 06일
정보/지식 : ★★★☆☆
재미/감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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