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함이란 무엇일까? 스릴러 소설이라면 무릇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야심한 밤이어야만 한다. 잔혹하게 살해되는 모종의 사건도 필수적 요소이다. 이 책의 시발점이 바로 그런 진부한 설정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전형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 같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족쇄를 차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몰입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주인공 캐시는 모친의 병수발을 드느라 3년 전 교사직을 내려놓는다(이 또한 진부하지만). 모친은 44세에 치매 조기 발병으로 평탄하지 못한 여생을 보내고 숨을 거둔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모친의 죽음 이후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좋든 싫든 평온은 다시 찾아왔고, 다정다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