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 '저주토끼'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연작으로 이어지는 단편 소설집이다. 정보라의 필력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며, 긴장과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다. 각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래서 왜 그렇게 된 거지?'라는 물음이 남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서사가 허술하다는 느낌도 없다. 기승전결보다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불운한 사람들은 미지의 연구소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 그녀들과 저주받은 물건들이 연결되어 가면서 점점 어두운 비밀의 베일이 벗겨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긴밀한 플롯과 예상치 못한 전개를 펼쳐, 읽는 내내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저자의 능숙한 서술력은 도시의 희미한 불빛과 오싹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